하원 통과한 감세 법안…1표 차로 가결

“전례 없는 재정적자 올 것” 경고 계속

관세전쟁 와중에 감세 “경기 둔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든 감세 법안이 22일(현지시간) 미 연방하원 본회의에서 의결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이대로 감세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전쟁 수준’으로 높은 재정적자가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악화로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칠 경우 돈을 빌린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상황이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결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AFP]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AFP]

만약 이대로 상원에서도 가결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입법이 완료되면 미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됐으나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 미국산 자동차 구매 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등도 포함됐다.

WP는 “법안은 연방 정부의 이미 심각한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6%가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쟁이나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미국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연도 동안 재정적자에 따른 이자 지급으로 8810억 달러에 달한다.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조 바이든 대통령 산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테데스키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의 현 수준인 4.5%를 유지한다면 향후 10년간 2조 2000억 달러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부 예산을 연구하는 예일대 예산연구소도 감세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30년 뒤인 2055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에 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소는 “현재 수단과 일본만이 정부 부채가 200%를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바닥에서 일하고 있다. [로이터]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바닥에서 일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 재정에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들의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현상 가속화 조짐도 보인다. 전날 4.6%대를 넘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저가 매수 분위기 속에서 4.53% 수준으로 내려왔다. 전날 장중 5.1% 선에 육박했던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5.03%대에서 거래됐다.

토르스텐 슬로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국채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즈 은행의 글로벌 연구 담당 의장 아자이 라자다야크샤는 “지난 20년간 달러 끊임없이 유입됐다”라면서도 “이제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 손을 뗄 때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오르긴 했지만 경제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WP는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세계적 흐름의 일부”라며 “일본, 영국, 독일, 호주에서도 국채 금리가 인상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는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까지 오르는 일도 낯선 일이 아니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관세전쟁과 인구 고령화로 이미 위험 요소가 충분한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미국 경제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관세와 인구 고령화 같은 장기적 요인으로 성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적자 확대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건 자산운용 매니저는 “우리는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오는 현상)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