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정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

‘이재명이나물삼겹살’ 등 정치인 풍자 메뉴 소개

“계엄이 장난이냐” 비판에 학생회 공식 사과

한 대학 정치외교과 학생회가 제작한 축제 주점 홍보물.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 대학 정치외교과 학생회가 제작한 축제 주점 홍보물.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한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가 축제 주점 이름으로 ‘계엄, 때렸수다’를 사용했다가 비상계엄 희화화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지난 20일 해당 학과 공식 소셜미디어(SNS)에는 ‘자유 정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점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글과 함께 주점 메뉴판이 올라왔다.

주점 메뉴는 ‘이재명이나물삼겹살’,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 ‘조국혁신라면’ 등 정치인 이름을 풍자해 지어졌다. 메뉴판에는 정치인들의 얼굴도 넣었다.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에는 “맛없는 안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 여러분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소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내렸던 포고령을 차용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메뉴 중 ‘좌파게티+우파김치’ 설명에는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뭐 좌파게티 한 그릇 먹고 싶다든지 그런 소망 없어요?”라고 묻는 사진이 합성돼 있었다. 이는 2015년 8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으로 인해 다리가 절단된 채 병실에 누운 병사에게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다든지 그런 소망 없어요?’라고 물은 걸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음료 메뉴로 ‘정청레몬샤베트’(민주당 정청래 의원), ‘홍카콜라’(홍준표 전 대구시장), ‘우원식혜’(우원식 국회의장), ‘한덕水’(한덕수 전 총리)등이 제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학생회 측은 “여기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3025년 대한민국, 6시간 끝에 계엄은 사상자 없이 종료됐지만 사회는 큰 혼란과 분열에 빠졌다”라며 “협치 거부, 입법 폭주, 극심해지는 양극화까지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대통합”이라고 적었다.

이어 “주점에서 세상을 구하고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본 주점은 오로지 현 정권에서 발생한 계엄 사태만을 풍자하는 것을 기획 의도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점 홍보물이 온라인 상에 알려지면서 “수천수만 명 학살당할 뻔한 계엄이 장난이냐?”,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5·18을 희화화하지 않듯 12·3 계엄도 마찬가지 아니냐” 등 물의가 빚어졌다.

이에 학생회 측은 “사용된 콘셉트와 관련해 일부 학우 및 시민 여러분께 불편함과 오해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학생회 측은 “해당 주점의 기획은 현실 정치에서 나타나는 위기 상황과 극단적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계엄’이라는 설정은 이를 풍자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로 활용됐고, 시민이 이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다루는 데 있어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 계엄이라는 제도를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