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계 의견 들어보니
5년 단임제 대통령 효력 다해
중임제·연임제 폭넓은 공감대
총리 추천제 두고는 의견 분분
“실질적 권한 없어” vs “대통려-의회 대립 가능성”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개헌론’을 띄우면서 대선판이 술렁이고 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고,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도록 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책임 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학계는 대통령 연임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서도 국무총리 추천제는 실효성과 효과를 두고 의견이 나뉘는 모양새다.
4년 연임·중임제 수차례 논의…“할 때 됐다”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1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을 단임제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학계에서는 소수의견이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연임·중임으로 독재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연임제가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로 책임 정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대통령 연임제는 개헌이 논의될 때마다 나온 ‘단골’ 소재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구상을 발표했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도 한 차례에 한정해 4년 연임제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 또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정책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사회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책임성, 정책 책임성 등에서 한 번은 대통령을 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의 개헌안이 대통령의 권한을 덜어놓을 의지가 없는 ‘맹탕 개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 후보의 개헌안에 연임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통제·분권할 방안 없이 연장만 하는 것은 최악의 개헌”이라며 “(횟수 제한이 없으면) 1차례 연임한 뒤 쉬었다가 다시 연임할 수 있다.”고 했다.
국무총리 추천제 두고는 실효성 논란
국무총리 추천제를 두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상반되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후보의 개헌안은 국회가 ‘추천’한 인사 중 국회의 동의를 받아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내용이다.
전 교수는 “국무총리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개정 없이 임명 방식만 바꾸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국무총리를 대통령의 ‘보좌’로 한정한 부분을 고쳐야 대통령의 권한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현행 헌법 86조 2항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한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는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총리의 권한과 장관 지명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 교수 또한 국무총리 권한 실질화를 위해 인사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차 교수는 “외교, 국방, 통일, 경제, 내치 등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담당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 정하고 국무총리에게도 장관 지명권을 줘야한다”며 “여소야대든, 야대여소든 국무총리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권한 분산 없는 총리 추천제는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교수는 국무총리 추천제가 개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가 추천한 총리만을 임명할 수 있을 경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회의 갈등이 심화돼 심각한 행정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갖기 때문에 (총리 추천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의미한다.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행 대통령제를 이원정부제로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특징을 혼합한 정부 형태로,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축소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 교수는 “권한 분산만큼이나 정부의 효율적인 운영도 중요한 가치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되면 국정의 혼란과 비능률은 뻔하다”고 강조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