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새정부선 의지 갖고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땐 PBR 2~3배 가능
배당소득 등 논쟁만 남은 尹 밸류업
주가조작 처벌 강화 방안 고민 필요
부동산 ‘영끌’ 금융시장 정상화땐 감소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습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이재명 후보는 대선 예비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내 증시 부양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국장 투자를 통해서도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자신을 안전하게 축적하고, 나아가 더 크게 키워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닐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의지가 바로 ‘코스피 지수 5000 시대’란 슬로건 속에 응축돼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간담회를 열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8일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서도 이 후보는 “한국 주식시장이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게 분명하다”면서 “한국 경제·산업에 대한 정책 불안정성, 주식시장 속 기업 경영구조의 퇴행,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이런 것들만 정상화해도 이론적으로 (코스피) 5000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약속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 후보는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도, 직속 위원회로 ‘코스피5000시대위원회’를 두고 실제로 많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럴드경제는 코스피5000시대위원회에서 국내 증시 부양 방안을 고민하는 오기형(위원장) 민주당 의원과 김남근 민주당 의원을 지난 13일 국회에서 만났다. 두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실패를 짚으며,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해 지속해서 밸류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기형 의원·김남근 의원 일문일답>
-5000포인트란 수치를 목표점으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는.
▶(오기형 의원, 이하 오) 코스피 지수가 1000에서 2000까지 오르는 데 18년, 2000에서 3000에 이르는 데 14년 걸렸다. 심지어 지금은 그보다 더 낮은 2500~2600선에 머물고 있다. 5000포인트란 숫자는 분명 상징적인 수치다. 다만, (경제 규모나 구조 등이 유사한) 다른 국가들의 주가 지수 흐름 등을 고려한다면 코스피 5000이란 목표점은 현실적인 수치라 말씀드리고 싶다.
▶(김남근 의원, 이하 김) 정권 교체를 통해 (정치 변동성 리스크만 해소된다면) 코스피 지수 3000은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 본다. 자본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제대로만 인정받는다면 코스피 3000 고지는 결코 넘기 어렵지 않다고 본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퇴직연금 기금화를 통한 수급 안정,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요소들이 해소된다면 코스피 5000은 결코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유발 요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오)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재 0.8~0.9배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된 상황이란 것을 의미한다.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의 경우 정상적 시장에서면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되지만, 국내 증시에선 저평가된 상태 그대로 방치되며 시장 전반의 가치로 함께 끌어내리고 있다. 이렇게 된 요인은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재무제표와 회사 지배구조 등에 대한 불신 문제를 돌파하면 코스피 시장의 PBR은 2~3배까진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고 이 후보 역시 강하게 공감하고 있다.
▶(김) 최근 만난 한 외국인 투자사는 중국 증시가 부진했을 때 같은 신흥시장(EM) 그룹 내에서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던 한국 증시를 가장 적절한 대체 투자처로 점찍었지만 결국 투자를 유보했다고 말했다.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이윤은 물론, 투자금을 환수하기 어려운 나라’라 봤기 때문이란 게 해당 투자사의 설명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물산, 고려아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일부 대주주가 다수 주주의 의사에 반해 자회사를 분할 상장하거나,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상의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시급한 상법 개정을 포함한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라 본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단 지적이 나온다.
▶(김) 일본은 1990년대부터 소위 ‘잃어버린 30년’이란 일본 경제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활력이 멈춰선 일본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설정,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10여년 동안 총력전을 벌이며 지금의 성과를 얻어냈다.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닌 문제는 벤치마킹한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이걸 실천할 의지가 없었다는 데 있다.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개인·외국인 등 ‘투자자’ 관점의 정책으로 접근했지만, 한국의 경우 갈수록 재계의 목소리에 의존하면서 밸류업 정책의 기본 취지가 흔들렸다고 판단한다.
정권 교체 후 들어설 차기 행정부는 증시 부양책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며 5~10년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이다. 신호가 명확한 만큼, 실천 의지를 투자자와 상장사 등에 보여줘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련 법령에 대한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마련된 ‘스튜어드십 코드(SC·수탁자 책임 원칙)’가 실질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이 마련된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밸류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 소수 대주주와 다수 일반주주 간의 이익 충돌을 방지하고,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상법 개정안에 담는 것이다. 이건 사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하려다 엎은 것이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의 입장과 달리 상법 개정에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 대신 ▷상속세 감면 ▷배당 분리과세 등의 의제만 결과적으로 남아버린 게 윤석열 정부 밸류업의 실패 요인으로 본다.
밸류에이션을 상승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혁신 기업이 10년 주기로 바뀌는 미국과 달리 20년 이상이 지나도록 재계 순위가 그대로일 정도로 역동성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책적으로 혁신 기업들이 노력에 걸맞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증시도 성장하고, 투자자의 수익 역시도 함께 클 수 있다. 이런 21세기에 상속세를 두고 싸우는 것 자체가 너무 퇴행적이다.
-자본 시장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을 재편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오) 분명 논쟁적인 부분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 분리와 재편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쌓여 온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기능과 ‘금융 시장 감독’ 기능을 구분하는 문제는 국회 정무위 등에서 추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
현재 구동 중인 금융감독원 중심의 시장 감시 기능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이 커진 것은 자본시장 감시 기능과 ‘정치’가 정확하게 구분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사건이라 본다. 단순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적시에 수사 기관에 이관하거나 공개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주가 조작 등 각종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수사권에 대한 부분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기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금융수사청’ 등 별도의 기관을 신설할 것인지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자본시장 교란 행위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엄청난 만큼, 처벌 강도를 높여 범죄자에게 실질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 공소시효를 확실히 더 늘려 시장 교란 행위를 한 번 저지르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이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토론도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이 후보가 부동산에 편중된 국민 자산을 자본투자시장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자본 시장에서 투자를 통해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국민 자산을 부동산으로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금융 시장에서도 시장 교란 행위가 사라지고, 일반 주주의 가치가 제고됨으로써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들 수 있다면, 굳이 5~6억원에 이르는 큰 빚을 내 20대부터 부동산 투자에 매몰될 이유가 없게 된다. 20·3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해 부동산에 자산을 털어 넣는 것도 주택을 ‘사는 곳’으로 보기보단 ‘재테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 4000을 향해 달릴 수 있도록 금융 시장이 정상화하도록 우리 위원회가 최선을 다한다면 부동산 투자 몰입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동윤·박자연·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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