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AP 구매에 10조원 이상 지출
높아지는 가격에 자체 ‘엑시노스’ 부활 절실
하반기 ‘플립7’ 탑재로 마지막 자존심 회복 기회
엑시노스2600로 시스템반도체 실적까지 구할까
![삼성전자 모바일AP 엑시노스[씨넷]](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a3bc6702fb1e4fd5b32f1cec9307a33b_P1.png)
<김민지의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의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구매 비용이 더 높아졌습니다. 자체 모바일AP인 ‘엑시노스’가 성능 부진 및 수율 부족 등의 이유로 갤럭시S25 시리즈에 전혀 탑재되지 못하면서 퀄컴, 미디어텍 등 외부 업체 의존도가 더 커진 겁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10조원 이상을 모바일AP 구매에 쓰고 있습니다. 엑시노스를 탑재할 수만 있다면, 큰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 분야는 ‘절치부심’의 자세로 하반기 ‘엑시노스2600’의 성공적 양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칩만사에선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옆집’ MX사업부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모바일AP 사업의 연관성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1분기 모바일AP 구입비로 약 5조원 지출
모바일AP 가격 전년평균比 19% ↑
지난 15일 공시된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AP 매입 비용은 4조789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3조4915억원) 대비 37%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DX부문의 전체 원재료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7%에서 22.5%로 늘었습니다.
삼성전자 부문별 내부거래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퀄컴, 미디어텍 등 외부 업체에서 모바일AP를 사오는 비용만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삼성전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07.47952cdbe84340c786f89d2191c5cea6_P1.jpg)
즉, 삼성전자의 외부 모바일AP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2년 연속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모바일AP 구매 비용에 쓰고 있습니다. 모바일AP 매입 비용은 2021년 6조2116억원에서 ▷2022년 9조3138억원 ▷2023년 11조7320억원 ▷2024년 10조932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모바일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모바일AP에 따라 스마트폰의 성능이 좌우되고, 그 가격에 따라 MX사업부의 수익성도 천차만별입니다.
문제는 올해 모바일AP 매입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모바일AP 가격은 전년 연간평균대비 19% 상승했습니다.
퀄컴이 가격을 올리면, 삼성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모바일AP 공급망에서 퀄컴을 대체할 제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올 초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에는 퀄컴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전량 탑재됐습니다. 갤럭시S 시리즈 전 모델에 퀄컴 AP가 탑재된 건 갤럭시S23 이후 2년 만입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삼성의 자체 반도체 칩과 경쟁했고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며 “과거에는 (삼성 AP 공급망에서) 점유율이 50%였지만 지금은 약 75%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잘 팔릴수록 경쟁사인 퀄컴만 좋은 일을 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겁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MX사업부는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610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올 1분기 모바일AP 매입 비용이 늘어난 것에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도 일부 있습니다.
자존심 회복할 마지막 기회 ‘플립7’
3나노 수율·성능 이슈 극복해야
삼성전자 MX사업부로서는 외부 업체 것이 아닌 삼성전자 자체 모바일AP ‘엑시노스’를 쓰는게 비용 측면에서 이득일 겁니다. 엑시노스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나 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사업부도 매출을 늘릴 수 있어 ‘윈윈’이죠.
그런데 문제는 엑시노스의 성능이 영 좋지 않다는 겁니다.
퀄컴 AP가 전량 탑재된 갤럭시S25 시리즈도 당초에는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사업부의 3나노 공정 수율 문제와 성능 부진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퀄컴이 승리했고, 엑시노스2500은 ‘한집 식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며 쓴맛을 보게 됐습니다.
엑시노스2500은 하반기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밉니다. 7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Z플립 7’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라인 내 전경 [삼성전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41206.38af808e4b084d40ab8bc6e6570c4fed_P1.jpg)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로서는 자존심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인 셈입니다. 모바일AP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전사 차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도 엑시노스 부활이 시급합니다.
내년 갤럭시S26 시리즈 탑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엑시노스2600’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엑시노스260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첫 2나노 공정 제품이 될 전망입니다. 3나노 공정에서 불거졌던 성능 저하 및 발열 이슈를 완벽히 해소하고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엑시노스 시리즈의 성공 여부는 하반기 및 내년 초 DS부문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1분기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메모리사업부가 3조원 초반대의 실적을 냈으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적자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삼성전자는 분기 보고서에서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4나노 공정 수율을 기반으로 모바일·HPC(고성능컴퓨팅) 등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