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재무적투자자 빈자리…기업 ‘빅딜’ 성사
기업 발빠른 움직임…구조적 변화 앞두고 존재감 부각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삼성전자가 이달에만 두 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발표한 가운데 기업의 미래경쟁력 확보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주춤한 사이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며 기업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추세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트라이튼으로부터 유럽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전자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재차 대형 딜 포문을 연 것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아워홈 경영권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 완료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인수 절차가 본격화한 이후 약 7개월만의 성과다. 한화그룹은 호텔앤드리조트의 식자재유통·단체급식 사업부문을 외부 매각한 2020년 이후 5년 만에 유관시장에 재진출하게 된다.
삼성·한화 등은 이달 들어서만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데 약 3조7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쏟아 붓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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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 재편을 앞둔 과도기에 각 그룹사가 대형 M&A를 통해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산업계에 구조적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알짜 기업을 확보해두는 형태로 사업 토대를 마련해둔다는 의미다.
일례로 식자재유통·단체급식 산업은 업체의 해외진출이나 시장 규모 확대, 비용 혁신 등을 토대로 대기업 중심 재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학교·관공서·군부대 등 개방으로 인해 위탁급식 전환 유인이 커지는 상태다. 이에 더해 사기업 직영 급식의 외주 흐름을 타고 식수인원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진출을 통한 현지 수주는 또 다른 기회요인이다.
국내 계열사의 현지공장 급식 사업을 영위하며 초기 진입 리스크를 완화한 뒤, 현지 노하우를 축적해 외부 입찰에 나서볼 수 있다. 국내서는 삼성·현대·LG·풀무원 등이 각각 계열사 현지공장 캡티브 물량을 수주키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국내 푸드서비스 기업 멀티플이 재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국내 푸드서비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에 불과한 반면 해외 동종사의 경우 15.9~16.9배 내외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과 해외 업체들 간 멀티플에는 2배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며 “해외 확장을 통한 안정적인 신성장 동력 발굴 및 믹스(Mix) 개선이 가능한 업체는 멀티플 격차를 축소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짚었다.
삼성이 8년 만의 조(兆)단위 M&A에 나선 것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공조사업은 지구온난화와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어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개별공조(덕트리스·Ductless) 제품 공조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로봇,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조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판매채널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펴는 추세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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