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 2.3%로 시장 전망 하회…4년 만에 최저

안정됐지만 “관세 반영 안 돼”…압도적 금리 동결 전망

금리 안 내리는 美…한국 금리 인하에도 제약으로 작용

미국 물가 상승률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리 인하에도 일부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미국 물가 상승률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리 인하에도 일부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물가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시장 관측이 지배적인 셈이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차를 계속 키우다가는 환율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역성장 쇼크로 당장 이번 달에는 인하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앞으로는 환율과 성장 사이 딜레마에 다시 갇힐 수 있다.

14일 오전 8시 40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가 4.25~4.50%로 동결될 확률이 91.8%로 반영됐다. 1개월 전 21.9%에 불과했던 동결 가능성이 70%포인트 가깝게 올랐다. 1주일 전(68.8%)과 비교해도 동결 기대가 상당히 높아졌다. 사실상 시장은 미국의 6월 기준금리 동결을 확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전날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3%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4%)를 밑돌았고 2021년 2월(1.7%)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시장의 금리 동결 기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데, 관세 여파가 일부만 반영된 물가 지표를 보고 연준이 통화정책의 수위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시장에 넓게 퍼진 탓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이라며 전 세계 무역 상대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 10%의 기본관세만 4월 5일 발효됐고 국가별 개별 추가 관세는 당시 중국을 제외하고 90일간 유예됐다. 5월 물가 지표를 봐야 관세 영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관세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진화하고 있어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그 영향이 더 명확해지기를 기다려야 하고, 현재 경제 상황은 상황을 충분히 지켜볼 수 있을 만큼 괜찮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강도를 강하게 가져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75%로 이미 미국보다 1.75%포인트나 낮다. 그런데 여기서 금리를 홀로 더 내리게 되면 환율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외환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은 우리나라 특성상 통화당국이 성장을 위해 금리 차이를 무시하고 인하를 계속한다는 믿음이 시장에 퍼지면 환율의 변동성과 쏠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인하하더라도 속도와 메시지 조절이 필수적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아시아중앙은행(ADB) 출장 기자단 간담회에서 “한은이 환율에 신경을 안 쓴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시장이 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며 “시장이 얇기 때문에 기대가 갑자기 바뀌면 주문이 한쪽으로만 나온다”고 표현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번 달 통화정책방향회의 자체는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분기 역성장에 이어 2분기 수출 쇼크까지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