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 직격탄…자영업자 채무 부담↑
신용유의자도 28.8%↑…당국 지원 확대
![경기 침체 여파에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금액이 1조7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내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헤럴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ams.V01.photo.HDN.P.20250310.P12025031010354095626579899_P1.jpg)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경기 침체 여파에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금액이 1조7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지난 2023년 1분기보다는 2배 가까이 불어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746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3750억원)보다 27%가량 불어났다. 지난 2023년 1분기(9840억원)와 비교하면 2년 새 1.8배 증가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올 1분기 말 기준 5대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7174억원으로 1년 전(322조1169억원)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년 전(314조7218억원)과 비교하면 3.2% 증가했다.
대출 총액보다 연체액이 더 크게 늘면서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올랐다. 1분기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평균 0.51%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최근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 중심의 자영업자들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요식업과 일반 도소매의 비율이 높은데 최근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줄고,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가 바뀌면서 저녁 시간 음주도 줄었다”며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의 매출과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등의 요인으로 금리도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으로 경기 불황과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상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5.42%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평균 5.65%에서 0.2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에서 2.75%로 0.75%포인트 낮춘 것을 고러하면 더딘 내림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영업자의 ‘현재생활형편 CSI(소비동향지수)’는 77이었다. 현재생활형편 CSI란 응답자의 생활 형편이 6개월 전과 비교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좋아졌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지난해 10월(87) 이후 감소하다 반년 만에 10포인트 떨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4만129명에 달했다. 2023년 말 10만8817명에서 1년 만에 28.8% 늘었다. 신용유의자란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를 말한다.
은행권에서는 자영업자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건전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실 확대에 대비해 효율적 관리 방안을 이행하고 현장 중심의 건전성 관리체계를 강화했다”며 “매월 리스크 관리 유관 부서들로 구성된 건전성 협의체를 통해 건전성 현황을 공유하고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이다. 소상공인에게 지속가능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연체 전 차주에게 장기분할 등 채무를 조정해주는 ‘소상공인119Plus(플러스)’, 폐업(예정)자에게 최대 30년 분할상환 등 대환대출을 지원하는 ‘폐업지원대환대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성실상환자에게 추가로 대출해주는 ‘햇살론119’,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은행권 컨설팅’ 등이 있다. 오는 7월에는 소상공인에게 추가 보증·대출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성장촉진’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프로그램 시행 현장을 찾아 “채무조정을 통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들고 현재 내는 이자 수준으로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금융권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