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고양이 살해·이웃 폭행 죄 인정

주인 청구 정식재판에서 벌금 300만원 선고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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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쓰레기봉투를 찢은 길 고양이에게 화가 나 개를 풀어 죽이고 이에 항의하는 이웃까지 폭행한 캠핑장 주인이 벌금 300만원을 물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환 부장판사는 고양이를 죽인 죄(동물보호법 위반)와 이웃 부부를 때린 죄(폭행)로 약식 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명령을 받은 A(70)씨가 청구한 정식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약식명령과 같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강원 인제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A(70)씨는 지난해 2월 나무 위에 있던 길고양이를 향해 돌을 세 차례 던졌다. 평소 길고양이가 캠핑장 내 분리수거장에 있는 쓰레기봉투를 찢어 화가 나서다. 돌에 맞은 고양이가 떨어지자 키우던 개의 목줄을 풀어 고양이를 물어 죽이게 했다.

A씨는 또한 길고양이를 돌보던 이웃 주민 B(66)씨와 C(62)씨 부부가 “왜 우리 고양이를 죽이냐”고 항의하자 손으로 C씨를 밀치고, 제지에 나선 B씨의 목을 조르고, 손으로 얼굴을 때리고, 이마로 얼굴을 들이받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이 일로 약식 기소된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며 “고양이를 향해 돌을 던진 건 맞지만, 그 행위와 고양이의 죽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돌을 던진 행위로 인해 고양이가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송 부장판사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A씨가 돌을 던진 행위로 인해 고양이가 떨어지고, 직후에 개가 고양이를 물어뜯게 하여 죽은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양이를 향해 돌을 세 차례 던진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고양이가 나무에서 떨어질 것을 예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웃 주민 폭행에 대해선 “피해자들에 대한 폭행은 사회 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라는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지 않는 점과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35년 가까이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은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