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생산업체 15% 크레딧 제공

미국서 조립 차부품 3.75% 무관세

멕시코·캐나다산 부품 무관세 유지

국내 영세 부품기업 리스크는 여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노동자들이 아이오닉 5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노동자들이 아이오닉 5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에 맞춰 발표한 자동차 부품 관련 관세 완화 조치와 관련 국내 업계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현지 공급망 구축을 위한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고, 생산과 판매전략도 보다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영세 부품사들의 경우 여전히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완성차·부품 관세는) 최근 글로벌 정세의 전환기에 완성차 업체들을 ‘단기적으로’ 돕기 위해 나온 정책”이라면서 “미국의 현지 완성차 업체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행정부의 이번 관세 완화 조치는 큰 틀에서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백악관은 미국에서 완성차를 조립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15%의 크레딧(인센티브·2년차는 10%)을 한시적으로 제공하면서 현지 생산을 독려하고, 미국에서 차를 조립하는 데 사용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1년차 기준 차량 판매가격의 3.75%까지, 2년차 기준 2.5%까지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앞서 철강·알루미늄에 적용됐던 25% 관세(무역확장법 232조)는 자동차·부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고, 미국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맺고 있는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생산된 완성차 부품은 무관세 유지하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기존 145%의 관세를 유지한다.

요약하면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할 경우에는 인센티브와 부품에 대한 일부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면서, 국제 정세 측면에서는 주변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에 대한 견제는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완화 조치와 관련 현지에 생산라인을 갖춘 국내 완성차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1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를 단행하면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30만대)까지 총 100만대 수준인 현지 생산물량을 120만대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총 170만8293대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경신한 바 있다. 산술적으로 이번 투자로 현지에서 유통되는 차량의 70% 수준까지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미 다른 지역(캐나다·멕시코 등)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는 미국 완성차 회사나 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진행하는 일본과 독일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에 달한다.

특히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일부 조달이 당장 어려운 부품에 대해서는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현지 생산 증가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여전히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기도를 비롯해 충청권, 경상권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에 전장·섀시·의장·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1차·2차 협력사는 수백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업들은 앞서 제품을 생산해 국내의 공장(울산·화성 등)에 납품하거나 미국에 수출해 무관세 혜택을 받았지만, 5월 3일부터는 25% 관세 적용을 받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직접 생산공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막대한 자금 등의 문제로 당장은 해결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영세한 업체가 많은 부품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타격과 국내에서의 고용 불안정성이라는 이중고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라면서 “결국 북미 현지화를 추진하는 기업만이 생존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데 당장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큰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전체적인 수출 측면에서도 해결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36.5%에 달하며,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시장 반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 부품의 미국 현지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관세가 조정될 경우 실제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기업과 수출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공격적인 기조는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지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135억달러로, 전체 수입액(2125억달러)의 6.4% 수준이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부품 수입 국가 순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1위)와 캐나다(2위)에 이어 미션 부품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일본(3위), 그 외 정밀 부품에 강점을 보이는 독일(4위)과 한국(5위)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의 부품은 이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저가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위협 요인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완성차 부분에 대한 관세 조정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우방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협상의 여지를 거듭 강조해왔다”면서 “우리 정부가 (한·미 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율 조정에 성공할 경우 현재 중국산이나 캐나다·멕시코산 등 타국의 부품 등이 부담하는 시장을 되레 뺏어오는 결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