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간 행정명령만 142건

SNS글 1702개…1기 때보다 더해

경제성적, S&P500 7.8%↓·달러 가치 9%↓

지지율은 31%…역대 100일차 중 ‘최악’

반발 소송 200건 이상…남은 임기 1360일

트럼프 “곧 많은 돈 번다” 자화자찬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념해 미시간주에 위치한 머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기념해 미시간주에 위치한 머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행정명령 142건에 서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700여개의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빠르게 진행하고, ‘SNS 정치’라 불릴 만큼 바쁘게 움직였지만 ‘취임 100일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남은 임기 1360일 동안 자신이 주도한 관세전쟁을 끝내고 침체 위기에 처한 미국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도 얻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기준 행정명령 142개에 서명했다.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행정명령에 아예 서명을 하지 않거나, 1개 서명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W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통틀어 서명한 행정명령 개수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미시간주에 위치한 머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미시간주에 위치한 머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행정명령 개수만큼 행정명령이 다루고 있는 분야도 상당히 포괄적이었다. 행정명령은 미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으로, 일반적으로 의회에서 법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대통령의 권한이 필요할 때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관세 정책, 정부 기관 구조조정, 국가 안보 분야 등 미국 사회 전반 문제를 모두 행정명령 서명으로 처리했다. 대표적으로 취임 첫날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 25%,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 부과를 결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P는 “의회가 설립된 연방 부처를 축소하려는 시도부터 이민자 추방까지 트럼프의 행정 명령은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트럼프의 공약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건 주요 공약들 가운데 9개는 이행했고, 4개는 지키지 못했다. 해당 매체는 “6개 공약은 부분적으로만 이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부분적으로 이행한 공약은 미성년자 성전환 연방 지원 제한, 출생시민권 폐지, 국가 비상사태 선포, 군대 동원 등이 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핵심 공약들은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종식, 식료품 가격 인하, 대통령 인수인계 과정에서 기부자 명단 공개,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이다.

급진적인 변화에 따른 반발도 상당했다. 이날 기준 트럼프 행정부는 200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민법 개정 등 행정명령으로 시행된 몇몇 정책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며 법원-행정부 간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취임 100일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취임 100일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트루스소셜을 통한 SNS 정치는 1기 때보다 더 활발해졌다. 이날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SNS ‘트루스소셜’에 게시글 1702개를 올렸다. 하루 평균 17개에 달할 정도로 SNS에 각종 현안에 대한 진행 상황과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1기 당시 100일간 트위터(현 엑스)에 521개 게시글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트루스(TRUTH)는 (긍정적인 의미로!) 불타고 있다”며 “이것은 나의(트럼프) 목소리이며, 미국의 진정한 목소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미국 자산시장이 요동치며 경제 성적표는 부진했다. 지난 28일 기준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주 대비 7.8% 하락한 상태다.

취임 100일간 증시뿐만 아니라 달러 가치와 미 국채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셀 아메리카’가 펼쳐졌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주 대비 9% 넘게 떨어졌다.

빠른 공약 이행을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에 혼란을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참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공공정책연구센터가 함께 진행해 2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을 “끔찍했다”고 답했다. 전체 부정평가 비중은 52%로 긍정평가 비중(31%)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0여년 만에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취임 100일 동안 트럼프의 ‘골프 사랑’은 계속됐다. 1월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3번을 제외하고 주말 내내 골프장을 방문했다. WP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을 위해 일할 것이기 때문에 골프를 치러 갈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점을 강조했다.

각종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자신의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날 그는 “국경은 매우 좋은 상태고 경제성장률도 반드시 오를 것”이라며 “우리는 무역으로 손실을 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손실을 줄어 곧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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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