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부터 전쟁 조기 종식 공언
취임후 두전쟁 협상 모두 지지부진
우크라戰선 ‘침략 푸틴’ 아닌 젤렌스키 압박
가자戰선 이스라엘 일방적 지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만나 웃으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8/news-p.v1.20250428.d4664548323e4833a5ffc32ab86e689d_P1.jpg)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집권 이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힘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을 조기에 종식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종전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체면을 구겼다.
대선 캠페인 기간 ‘취임 첫날’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취임 100일이 다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뿐만 아니라 ‘신속한 휴전’이라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침략국인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궁지로 내모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국가간의 신뢰가 모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향후 미국이 기존의 동맹국이나 우방국과의 관계를 ‘패싱’(외면)하고 추악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역시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 미국 등의 중재로 일시적 휴전이 합의되자 ‘자신 덕분’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양측의 무장 공격이 재개돼 다시 매일매일 사상자가 쏟아지는 참상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가자지구 주민 이주 및 가자지구 개발 구상까지 밝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으로 편입하고 파나마운하 소유권을 다시 환수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경제적 강압 및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해 영토 팽창주의 논란의 중심에까지 섰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대외 정책 기조로 미국 주도로 형성된 자유 민주주의 토대의 국제 질서는 심각한 위협에 놓인 상태다. 미국 외교의 전략적 자산으로 꼽혔던 유럽 및 아시아 국가와의 동맹 관계 역시 미측의 과도한 요구로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전서 푸틴 두둔…바이든 행정부와 180도 달라진 美전쟁외교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8/news-p.v1.20250428.402a018796594139a582e84ba2d61aba_P1.jpg)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최우선적인 대외 현안으로 삼고 대응하고 있으나, 그 기조는 정반대다.
바이든 정부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추구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직접 대화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지난 2월 통화하면서 종전 협상 논의를 본격화한 이후로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인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백악관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 요구를 받자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요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빠질 것”이라고 위협한 장면이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후로도 무기 및 정보 지원 중단 카드 등을 꺼내 들며 우크라이나를 고강도로 압박했다.
미국의 압박에 전황마저 불리해져 수세에 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국 유감을 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중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미국은 이로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시설 및 흑해에 대한 30일간 부분적 휴전을 성사시켰지만, 협상에 추가 진전이 없자 다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협상 부진의 주된 이유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뺐겼던 쿠르스크 지역을 대부분 탈환하는 등 전황이 유리해져 협상에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오히려 협상 진전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로 점령당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인정하는 방안 등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더욱 거세게 몰아부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에 반발하자 또다시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협상에서 손을 뗄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러시아가 휴전을 위해 무슨 양보를 하느냐는 질문에 “(러시아가) 그 나라(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큰 양보”라고 답했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한 ‘더티 딜’로 귀결될 경우 유럽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에도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가자지구 종전협상도 바이든식 해법 외면…이스라엘만 지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8/news-p.v1.20250212.52d36d3336774453b4b16ed4c2796578_P1.jpg)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종전협상도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이라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정책 대신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아예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그곳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제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전쟁의 경우도 트럼프 정부 출범 전에 타결됐던 한시 휴전이 끝나고 이후 추가 휴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휴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내 ‘2개월 시한’을 제시하면서 핵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달에 두 차례 고위급 회의를 진행했으나 우라늄 농축과 민간 차원의 원자력 발전 문제 등에 대해서 아직 가시적 진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선호한다면서도 협상이 불발되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핵시설을 군사적으로 타격하겠다며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