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가 좋지않다며 금리를 인하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 통계를 통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실물경기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하면서 가게부채만 늘리고 부동산버블만 키워나간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경기부양을 위해 2011년 3.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6월 사상 최저치인 1.25%까지 인하했다. 그러나 이 기간 풀린 돈은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 소비등에 쓰이지 않고 금융권, 혹은 부동산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맥경화(자금경색)가 일어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본원통화 규모는 136조3039억원(평잔 계절조정계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28조4599억원보다 6% 더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 9월 53조1243조원이었던 본원통화는 7년간 금리인하 등 ‘돈풀기 통화정책’ 영향으로 2.5배가 늘었다. 본원통화란 중앙은행이 화폐발행 독점적 권한인 발권력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통화로, 화폐발행잔액과 예금은행이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합산한 개념이다.

문제는 시중에선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총투자율은 27.4%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총저축률은 36.2%로 전분기보다 1.8%p 뛰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초저금리에 불황과 맞물려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말이다.

돈이 돌지 않으니 통화승수도 역대 최저수준이다. 통화승수는 한은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시중에서 얼마나 많은 통화량을 창출했는 지를 나타내는 통계다. 저축된 돈이 기업대출등을 통해 여러번 돌게되면 통화승수는 늘게되지만 금융권에 머물러 있으면 통화승수는 줄어든다. 지난 4월 통화승수는 16.9로 199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5월에는 17로 약간 회복되긴 했지만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통화 승수는 1999년까지 30을 웃돌다가 2014년엔 20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통화유통속도가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통화유통속도는 0.71이었다. 2006년(0.90)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0.19p 하락한 것이다.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의 통화량(M2)으로 나눠 구한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 4월말 현재 은행 수시입출금 통장에 예치된 요구불예금 평균잔액(평잔 기준)은 159조5323억원이다. 지난해 동기(128조644억원) 대비 24.6%나 늘었다.

결국 기업이나 가계가 늘어난 돈을 소비나 투자등으로 돌리기 보다는 금융권에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 한은이 통화정책을 펴도 과거보다는 그 효과가 미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 여름호에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이 분석한 ‘주요국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파급경로와 국내 금융산업의 대응’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은 금융시장의 금리 하락에는 효과를 보였지만,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자금중개기능을 저해해 실물경제 회복에는 큰 기여를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서 계속 얘기하듯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도 문제다. 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들의 자금이 한국에서 이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이 올해안에 한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