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 투여 허가 신청
비급여…연 1000만원 고가
“다이어트약으로 인식돼 문제
청소년에 ‘전문의약품’ 알려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8/news-p.v1.20241121.fb417f3a991b45dcbf943827741f808e_P1.jpg)
“아이가 선물로 ‘위고비’를 사달라고 하니 걱정입니다. 불법으로라도 사달라고 하니 한숨만 나와요.”(직장인 A씨)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처방 대상이 12세 이상 청소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청소년 사이에서 위고비는 이미 성인 못지않게 관심이 큰 의약품이다. 외모에 특히 민감한 청소년이 유명 인사의 ‘위고비 다이어트’를 접한 후 의약품이 아닌 일종의 다이어트로 인식하면서다.
가격 부담이 상당한 고가이면서도 투약을 중단하면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청소년의 위고비 처방은 한층 신중해야 한다. 투약 부작용도 적지 않아 청소년에 대한 위고비 처방이 합법화되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위고비의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 적응증 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위고비는 국내에서는 성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청소년도 위고비 처방이 가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위고비를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했고, 유럽의약품청(EMA)도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가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청소년 처방이 허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위고비는 비만환자용 의약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인의 다이어트용으로까지 남용되고 있는 데에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직후에도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위고비 마케팅’이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이미 외형적으로는 비만이라 보기 힘든 유명 연예인들도 공공연하게 위고비를 처방받아 다이어트한 모습을 대중에 공개하면서 청소년의 위고비 처방 욕구를 더 자극한 측면도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청소년 처방이 허용되지 않았던 국내 출시 당시 불과 일주일 만에 불법 거래 게시물 12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국내 위고비 총 판매액은 622억7000만원이었다. 블루엠텍에 따르면 위고비 판매는 올해 들어 매달 30% 이상 급증하는 추세다. 위고비는 가격 부담이 상당한 고가 의약품이다.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원이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유통 비용,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 부담금은 월 8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1년이면 약 1000만원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복용을 중단할 시 발생하는 요요현상이다.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감량시키는 원리인데, 약을 끊으면 뇌 자극이 사라져 다시 원래와 같은 식욕이 생긴다. 즉 빠진 살을 유지하려면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평생 감당해야 하는 꼴이다.
때문에 위고비 투약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더라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은 물론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 저혈당, 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가 위고비로 살을 뺐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마치 다이어트약처럼 알려진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청소년에 투약이 허용되기 전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고가의 전문의약품이란 사실을 청소년들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