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17조6391억원의 매출과 7조44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8조1082억원에 달한다.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 1분기만 놓고 보면 사상 최대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같은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치솟아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발맞춘 선도 기술력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44조4078억원의 매출과 3조6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체 판매량은 소폭 줄었지만,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차종 비중을 대폭 늘리는 전략이 주효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차종 조정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시장 흐름과 수익 구조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술력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강화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인 HBM3E 12단 제품을 통해 AI 서버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6세대 HBM(HBM4) 양산도 준비중이다. AI 확산으로 HBM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AI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에서 한 발 앞선 대응이 지속적인 시장 주도권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차도 전기차 성장 정체 속에서 하이브리드를 전면에 내세워 수익성을 확보했다. 미국 발(發) 관세 전쟁 속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물론 미국이 예고한 고율 관세는 부담 요인이다. 특히 25%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2분기부터 실질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도체도 관세 부과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기술력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확보한 기업이라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클수록 선도 기술의 가치가 더 빛나게 마련이다.
이들 기업의 약진은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올 1분기 성장률이 -0.2%로 외환위기 때도 없던 4분기 연속 0%대 이하 성장이다. 구조적 침체가 현실이 된 지금 기업들이 기술과 전략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낸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도 자명하다. 기업이 기술개발과 혁신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에서 정부가 앞장서 이끌고 밀어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다. ‘주52시간 예외 적용’ 하나 처리 못해서 경쟁력을 갉아먹는 식의 대응으론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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