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리는 중국과 잘하고 있다”며 통상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미국이 숫자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상당히 내려가겠지만 제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중국과의 관세 갈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협상 가능성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중 갈등 완화 신호에 이날 뉴욕 증시는 반등했고, 애플·테슬라·엔비디아 등 기술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전날 트럼프의 기준 금리 인하 압박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의장을 향한 비난으로 급락했던 뉴욕 증시가 돌아선 것은 베선트의 발언 때문이다. 베선트는 JP모건이 비공개로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대중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합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 경제와 ‘분리(decouple)’가 아니라 ‘재조정’이라는 목표도 밝혔다. 사실상 무역금지조치나 마찬가지인 125%가 넘는 관세 폭격을 주고 받은 긴장국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시장이 안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베선트는 협상이 길고 험난할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도 중국과의 협상에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실질적인 갈등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한국 입장에서 미·중 갈등 완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공급망 불확실성이 줄고 수출 여건도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반길 일로만 보기는 어렵다. 미·중이 각자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밀어붙일 경우, 한국은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샌드위치’ 신세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한국에 자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모터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다. 중국이 ‘경제 무기화’로 한국 산업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24일부터 고위급 통상 협의에 돌입한다. 그간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됐고, 반도체에도 추가 관세가 예고된 상황이다. 이번 협상은 관세 완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야 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고수하는 미국을 상대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금리, 통상, 공급망까지 총동원해 제조업 부활에 나선 미국과 전략 자원을 무기화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철저히 실리 중심의 외교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핵심 자원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필요하다면 제조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에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양국의 압박을 막아낼 현실적인 대응 전략 없이는 계속 휘둘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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