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자본시장 정책 간담회에서 “코스피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며 상법 개정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기존 안에다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겠다는 것이다. 불공정 거래를 해소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업을 족쇄로 묶는 방식이 과연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는 따져볼 일이다.

물론 한국 증시 저평가에는 기업 스스로 제도를 악용한 책임도 적지 않다. 투자자 몰래 물적 분할을 강행하고, 신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쪼개 상장한 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쪼개기 상장’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중복 상장 비율은 18.4%로 미국(0.35%)과는 비교가 어렵고, 우리나라보다 자본시장이 덜 발달한 대만(3.18%)이나 중국(1.98%)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은 4.38%인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더 줄이려는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고치겠다며 기업 경영권을 지나치게 옥죄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우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과 정치가 시장의 룰을 흔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역시 정교한 제도 설계와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0.1~0.2배 기업은 청산돼야 한다”는 발언은 단순한 수치 기준으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는 위험한 시각이다. 경기 둔화와 산업 전환기에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기업들도 많다. 롯데케미칼, 현대제철, 이마트 같은 대표 기업들조차 여기에 포함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역시 기업 이사회 구성의 자율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고,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위기 대응이나 주가 관리에 쓸 수 있는 수단을 없애는 셈이다. 집중투표제를 강제로 적용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도 커진다. “국민의 재산을 불려주겠다”는 말과 달리 기업 경영의 안정성만 해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데에는 예측불가능한 제도도 한몫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기업 규제와 갑작스러운 입법 시도가 리스크로 비치는 것이다. 기업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 장기 투자를 유도할 세제·배당 정책 개선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치권은 당장의 표보다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긴 호흡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