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LNG선도 美서 지어라”
2028년부터 미국산 LNG선 확대
K-조선, 美 투자 쉽지 않아 고민
컨테이너선 점유율 회복 반사이익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대응 전략 논의에 나섰다. 이 방침에 부응하려면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에서 LNG운반선을 건조해야 하는데, 현지의 낙후된 조선업 인프라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3년 뒤부터 미국산 LNG운반선에 인센티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8년부터는 미국산 LNG 수출량의 1%를 미국산 LNG 선박으로 운송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35년에는 4%, 2047년에는 15%로 늘어난다. LNG 수출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발맞춰 LNG 운반선 물량도 함께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를 최대 150만달러까지 부과한다는 방침과 함께 발표됐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조선 산업이 크게 뒤처지는 상황을 안보 위협으로 보고 조선업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산 선박 규제는 국내 조선사에겐 명백한 호재다. 하지만 미국산 LNG선박 확대는 국내 조선사들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에서도 가장 비싼 ‘효자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산 LNG운반선을 확대해야 한다면 국내 조선사들로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 외에 아직까지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현지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 인프라가 크게 낙후돼 투자 비용이 막대한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일감이 밀려있는 데다 유예기간도 있는 만큼 당분간 미국 측 입장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자국 조선업 부활을 지원해달라는 미국 요구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이어지고는 있지만 지금으로선 현지 투자 등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이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LNG운반선 도크 슬롯은 이미 2027년까지 가득 차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한화오션은 67척, 삼성중공업은 56척, HD현대중공업은 47척을 각각 인도할 계획이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대형 조선사의 LNG운반선 수주 가능 슬롯은 2027년도 거의 완판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를 계기로 컨테이너선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이 공격적인 저가 수주로 컨테이너선 시장을 잠식해왔지만, 이번 조치 등으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컨테이너선 수주 점유율(표준선 환산톤수 기준)은 2021년 59.5%에서 지난해 87.8%로 확대됐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2021년 31.6%에서 지난해 12.1%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한 대형 컨테이너선 물량도 자연스레 중국에 편중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리서치에서 “선종별로 제재안에 따른 영향을 추정했을 때 컨테이너선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향후 주요 선사들이 중국 대신 국내 조선사에 컨테이너선 등을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계약 대부분이 헤비테일 형태(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것)임을 고려할 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와의 초기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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