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방한한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
퍼펫 밴드 ‘위어도스’에 밴드 메시지 담겨
세서미 스타일 퍼펫 움직인 사람은 한국인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 중인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7fb40033719a4838afe94fcdc6a226a3_P1.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밴드명 위어도스(Weirdos), 국적(?)은 우주 어느 별, 소속사는 미국 애틀랜틱 레코드. 브루노 마스·에드 시런·블랙핑크 로제와 한솥밥을 먹는 사이. 물론 콜드플레이의 레이블이기도 하다.
고양종합운동장 위로 별들이 내려앉자, 이 ‘사랑스러운 우주 밴드’가 무대로 등장해 ‘휴먼 하트(Human Heart)’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컬 엔젤 문의 목소리는 위로였다. 광활하고 복잡한 우주에서 먼지 같은 인간은 누구나 결점이 있다고.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언제든 부서질 수 있지만 “부서지지 않았으면,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신비로운 음성은 아득한 은하 너머의 메시지처럼 울려 퍼진다.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다가도, 뜬금없이 마음을 고백하듯 엔젤 문과 동크(드러머)는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달달한 사랑을 확인한다.
8년 만에 내한한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츠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에 등장한 퍼펫 밴드 ‘위어도스’와 함께 관객은 다시 꿈 같은 세계로 빠져들었다.
콜드플레이 월드투어의 단골 게스트인 위어도스 탄생 스토리엔 이 밴드가 지향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콜드플레이는 굳이 시끌벅적하게 떠들지 않았지만, 이들의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었다. 위어도스가 태어나 데뷔하고 활동하는 모든 과정엔 콜드플레이가 지향하는 공존과 상생, 협업, 이를 통한 연대의 가치가 숨어있다.
![퍼펫 밴드 위어도스(THE WEIRDOS) [애틀랜틱레코드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105e18a3c0dd4e029861e4d175a412c9_P1.jpg)
‘미지의 행성’에서 온 위어도스? LA 퍼펫숍 출신
위어도스는 ‘미지의 행성’에서 왔다. 멤버는 네 명. 보컬인 리드 싱어 엔젤 문(Angel Moon), 드러머 동크(Donk), 기타리스트 스파크맨(Sparkman), 키보디스트 더위자드(The Wizard)가 그 주인공.
우주의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위어도스가 지구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콜드플레이의 힘이 크다. 위어도스는 2021년 콜드플레이와 ‘뷰티풀(Biutyful)’을 협업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다.
위어도스가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년 5월. 콜드플레이는 위어도스와 함께 ‘뷰티풀’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월드 투어’의 고정 게스트로 엔젤 문을 발탁해 함께 전 세계 무대를 꾸몄다. 2022년 6월엔 영국 레이블 팔로폰과 워너뮤직 산하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한 최초의 ‘외계인 밴드’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위어도스의 매니저인 브루스 케이크믹스는 “인간 레이블과의 계약은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이후 인간과 외계인 관계에 있어 가장 큰 진전”이라고 했다.
크리스 마틴은 당시 “위어도스에게 곡을 만들고 보컬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콜드플레이는 피처링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계약 후엔 K-팝 슈퍼스타들의 단골 무대인 지미 팰런의 ‘더 투나잇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 중인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c7220ead2e29471ea7cc6c02d33ec040_P1.jpg)
여기까지는 ‘위어도스’의 세계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외계인 밴드 위어도스의 탄생과 활동기 안엔 사실 콜드플레이의 가치관과 메시지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업계에선 콜드플레이는 “한 명의 외향적 리더가 이끄는 세 명의 내향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리더이자 보컬인 크리스 마틴의 열정과 진정성, 열린 사고는 밴드의 방향성을 만들고 세 멤버들은 마틴이 올곧게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지지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음악계를 ‘경쟁’이 아닌 상생, 서로 돌보고 소통해야 할 ‘공동체’로 본다. 특히 신인 뮤지션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6년 글래스톤베리의 헤드라이너로 섰을 땐 스웨덴 투어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젊은 밴드 비올라 비치의 노래를 커버해 그들의 곡이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의 주인공으로 서게 했다.
위어도스는 콜드플레이에게 새로운 신인 뮤지션이다. 네 명의 멤버들은 1979년 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짐 헨슨의 ‘크리처 숍’에서 태어난 퍼펫(Puppet·인형)이다. 세서미 스트리드 스타일의 생김새, 세서미 스트리트 밴드(WEIRDO) 이름에 복수형을 붙여 태어났다. 성인 크기의 이 퍼펫 밴드는 짐 핸슨 컴퍼니와 세서미 워크숍 출신의 니콜렛 산티노를 비롯한 퍼펫 배우들이 조종한다. 특히 산티노는 엔젤 문의 현지 무대를 만드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월드투어에 오를 때 위어도스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달라진다.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에 따르면, 콜드플레이는 전 세계에서 공연할 땐 각 나라의 퍼펫 장인과 협업하고 있다. 장르, 분야의 경계를 넘어 상생하고 콜드플레이는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라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콜드플레이가 지향하는 종교, 인종, 국적, 젠더, 성정체성을 넘어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콜드플레이 8년 만의 내한 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583ccadb793f46df918ff1c9c9abaa6e_P1.jpg)
韓 공연 퍼펫 마스터 “무생물을 생명체로 살려내자는 말에 설득”
두 번의 거절 끝에 수락했다. 한국 공연에서 ‘외계인 밴드’ 위어도스의 모든 움직임을 책임진 사람은 문수호(극단 목성 대표) 오브제 아티스트다. 동양인 최초의 체코국립공예술대학 입학생이자 국내에선 흔치 않은 오브제 디자이너이며 퍼펫 마스터다.
문 디자이너는 “콜드플레이 한국 투어에서 현지 무대를 함께 할 로컬의 퍼펫 마스터를 찾고 있다며 기획사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사실 이번 협업은 문수호 디자이너에게도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다. 퍼펫의 디자인부터 제작, 공연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하는 장인들에겐 자신이 만들지 않은 퍼펫을 다룬다는 것이 낯선 일이었다.
그는 “섭외 전화를 받고 사실은 고사했다. 지금까진 내가 만든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기에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타인의 퍼펫을 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데뷔 27주년을 맞는 슈퍼 밴드, 티켓 수익만 해도 1조7000억원을 달성한 21세기 가장 인기 있는 밴드와의 협업을 대차게 거절하자, 기획사 측에선 삼고초려에 들어갔다. 문 작가를 설득한 것은 콜드플레이의 진정성과 메시지였다.
그는 “사실 전 세계 공연을 다닐 때는 기존의 퍼펫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인데 굳이 현지에서 퍼펫 마스터와 협업하는 것은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라며 “‘현지에서의 협업’을 통해 생명체가 아니었던 퍼펫을 또 하나의 생명체로 살려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취지와 의미에 공감해 협업에 응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문 감독은 “워낙 동경하던 밴드이자 어릴 적 AFKN에서 보던 ‘세서미 스트리트’ 퍼펫이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이 작업을 위해 문 감독은 예정된 일본 공연 일정(4월 26일, ‘앰비언트 판소리 & 퍼펫 스페셜 라이브’)까지 미뤘다.
![퍼펫 밴드 위어도스(THE WEIRDOS) [애틀랜틱레코드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3f66076217f746d2834b83550c3acf9e_P1.jpg)
위어도스 네 멤버의 성향, 몸짓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마스터를 섭외하다 보니 공연은 준비 과정이 길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각 나라의 퍼펫 마스터들이 릴레이로 서로를 돕는다는 점이다. 공연을 앞두고 기획사 측에선 콜드플레이 무대에 오르는 위어도스 밴드의 모습을 담긴 각종 자료와 영상을 공유한다. 공연 한 달 전엔 연습용 ‘위어도스 퍼펫’을 보내 콘서트 무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위어도스 퍼펫은 연습용 하나와 공연용 하나로 딱 두 세트만 마련돼있다. 굳이 더 많이 만들지 않은 것은 오랜 투어 일정에도 망가지거나 다칠 염려 없이 완벽하게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전 공연 국가의 퍼펫 마스터들은 연습 영상을 촬영해 다음 공연하는 나라로 보내주기도 한다. 위어도스가 공연에서 부르는 ‘휴먼 하트’는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아 통일성을 위한 ‘연출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서다. 문 감독과 위어도스의 연습 영상도 리허설 동안 촬영돼 다음 공연 나라의 퍼펫 마스터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문 감독은 이번 무대를 위해 위어도스의 움직임과 퍼펫티어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무엇보다 네 멤버를 움직일 퍼펫티어를 발탁하는 것도 과제였다.
문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네 퍼펫이 모두 밴드의 멤버인 데다 이 무대는 ‘퍼펫 시어터’가 아닌 콘서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고 판단했다”며 “전문 퍼펫 배우를 배제하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리듬을 잘 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발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파크맨을 조종한 퍼펫티어는 실제로도 기타 연주를 능통하다고 한다. 문 감독 역시 그간 판소리, 즉흥 음악,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언어로 삼아 퍼펫을 생명체로 살려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 중인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9/news-p.v1.20250418.af587b5e6de24a119abb20421e3a5157_P1.jpg)
사전 연습기간은 총 한 달.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져 목각이나 철 등 다른 소재로 만든 퍼펫에 비해 ‘위어도스’ 밴드의 움직임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무게 역시 1~2kg. 다만 기타리스트 스파크맨의 경우 실제 기타를 착용하고 있어 무게가 더 나갔다.
연습 과정에선 ‘오차 없는 완벽함’을 목표로 뒀다. 이미 사전에 완벽한 준비를 마쳐야 콜드플레이 멤버들과의 무대에서 실수 없이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대에선 크리스 마틴의 행동에 퍼펫 밴드가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었다.
문 감독은 “리허설 이전까진 맞춰볼 기회가 없었기에 공연 전 완벽하게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애드리브다. 크리스 마틴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그의 동작을 따라 하고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야 했다”고 말했다.
정작 무대에서 퍼펫티어는 퍼펫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기에 크리스 마틴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전에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조리 계산하고, 모든 감각을 열어 순발력을 발휘했다. 문 감독은 “사실 퍼펫티어들의 연주는 거의 아크로바틱 수준이다. 몸이 꺾이고 돌아가고 격렬한 연주를 보여줘야 했는데 워낙 신체 훈련이 잘된 잘 된 배우들이라 잘 소화했다”고 돌아봤다 .
콜드플레이의 팬덤이 모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위어도스의 ‘휴먼 하트’를 이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는 관객이 많다. 내내 우주여행을 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온 콜드플레이의 공연에서 퍼펫 밴드는 관객들에게 동화적 상상력을 더해준 순간이었다.
문 감독은 “퍼펫 밴드의 무대를 보며 과거로의 회귀를 느끼면서도 반드시 대사와 움직임이 아니라도 음악이라는 언어로 무생물을 생명체로 살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이 온 작업이었다”며 “음악을 통해 퍼펫에 감정이 입혀질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위어도스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퍼펫은 특정 연령대가 아닌 모두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