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주의자’ 말러?!…사실 양다리에 가스라이팅 일삼는 나쁜 남자였다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얀 파도가 밀려드는 끝도 없는 바닷가. 서래를 잃은 해준이 모래사장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을 때, 비극처럼 하프 선율이 시작된다. 그 위로 벨벳 같은 현악기가 미끄러지며 잡히지도, 잡을수도 없는 사랑을 그린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흐르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이다. “나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어요.” 훗날 말러의 아내가 되는 19살 연하의 알마 쉰들러는 연인이 보내온 ‘아다지에토’의 초안 악보를 받아들고 이렇게 말했다. 알마는 ‘무언의 세레나데’이자 ‘강렬한 구애’였던 편지의 속뜻을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끊임없이 상승하는 미완성의 멜로디는 ‘도달하지 못하는 사랑’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더 필사적이었던 말러의 사랑은 ‘구원’을 향해 있었다.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노년의 작곡가가 아름다운 소년에게 집착할 때, 이 음악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2026.07.11 08:00
하드웨어 문화 식민지? 거장 최희선의 K-사운드 ‘독립 선언’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5만 명의 관객이 거대한 해일 같은 함성을 뿜어내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CD(콤팩트 디스크)를 집어삼킨 ‘가왕’ 조용필의 곁엔 이 무대의 심장 같은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밴드 ‘위대한 탄생’의 리더 최희선이다. 고(故) 안성기 출연의 영화 ‘실미도’를 뮤직비디오로 쓴 록 오페라 ‘태양의 눈’이 시작되면 객석의 온도는 달라진다. 태양처럼 새빨간 기타를 멘 그가 중저음의 기름진 톤으로 쏟아내는 아찔한 멜로디는 가왕의 또 다른 목소리다. 기타 솔로와 함께 클라이맥스로 내달리면 객석의 도파민은 한도 초과로 치솟는다. 공간을 찢을 듯한 디스토션(Distortion) 사운드가 경기장을 휘감으면 소리에 민감한 ‘사운드 환자’들의 시선은 기타의 헤드(Head)로 꽂힌다. 전 세계 음악 산업을 이끄는 ‘F사(Fender)’나 ‘G사(Gibson)’의 이니셜이 장식하고 있을 거라 짐작했겠지만, 천만의 말씀. 한국의 ‘기타 거장’이 매만지는 성역(聖域)엔 낯선 영문
2026.01.18 08:01
굿판 벌어진 클럽·피 칠갑한 무용수… 축제 공화국에 상륙한 UFO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 줄지어 늘어선 의자가 사라졌다. 무대 앞쪽으로 DJ 부스를 마주하고 선 관객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테크노 클럽의 한복판이었다. 난데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신을 부르는 듯한 제의적 목소리에 이곳이 공연장인지, 굿판인지 아리송해질 무렵, 금방이라도 굿을 할 무당이 스탠딩석 중앙으로 등장한다.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무대에서 살풀이를 하려나 싶더니 온몸을 싸맨 한복을 한 겹씩 벗어내며 19금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테크노 레이브가 엄숙한 공연장을 5시간 내내 뒤흔들고, 관객은 의자가 사라진 객석과 무대 위를 배회한다. 벌트(vurt.)와 업체(eobchae)가 만든 파격의 현장이다. #2. 선혈이 낭자한 새하얀 무대. 8명의 남성 무용수는 격렬한 ‘충돌의 춤’을 춘다.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거친 몸짓, 타인과 자신을 동시에 위협하는 칼을 들고 자해하며, 주사기를 들고 채혈하는 행위, 커다란 얼음을 끌어안다 내던지며 구토하는 장면도 퍼포먼스의
2025.12.31 19:45
“Kim 뒤에 또 Kim…”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불리한 이유?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콩쿠르 1라운드에서 보통 15명의 김(KIM), 20명의 이(LEE), 10명의 박(PARK)이 있어요. (웃음) 보통 알파벳 순서로 연주하는데, 어쩌면 (이런 규칙이) 한국 참가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일 수 있어요.” 피터 폴 카인라드 국제세계콩쿠르연맹(WFIMC) 회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조금 과장을 보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국내 톱3 성씨인 ‘김, 이, 박’의 압도적 기세는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늘 화두다. 수백 명이 지원하는 세계적인 음악 경연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참가자가 줄줄이 등장하는 일이 흔하지만, 한국인 참가자에겐 더욱 자주 일어나는 일이어서다. 우스갯소리지만, 손·조·림(임)·선우와 같은 성씨는 콩쿠르 무대에서 한국인 ‘성씨 경쟁’에서 비켜나가 심사위원 눈에 더 쉽게 들었는지도 모른다. 탁월한 음악성은 별개로, 이름 역시 경쟁력이자 브랜딩의 하나가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헤럴드경제는 130개에 달하는 국제 음악 콩
2025.12.14 08:00
“고음보단 감정에 충실하게”…‘빨간펜 선생님’ 스켈톤, 소프라노 아리아도 거침없이~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노! 노노노노!!” 부드럽지만 단호한 한마디가 귀에 꽂히자 2030 새싹 성악가들 사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프라노 유태영(23)이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햄릿’에서 오필리아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인 ‘당신들의 놀이에, 친구들이여(a vos jeux, mes amis)’를 부를 때였다.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자주 들려줬던 곡이다. “정신을 잃은 여자를 표현하려는 것이니 극적인 변화를 잘 보이기 위해 이 방향, 저 방향 바라보는 것도 좋아요. 더 역동성 있게 표현해 볼까요?” 아름다운 목소리로 오필리아의 광증이 다시 시작됐다. 한 소절 한 소절 이어질 때마다 테너 스튜어트 스켈톤은 모나미의 빨간색 플러스펜을 지휘봉 삼아 선율을 그렸다. 다시 노래를 멈춰 세우고, 그는 외마디 ‘노(No)’와 함께 소프라노의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악은 직관적이다.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테너의 음성이 오필리아의 혼란을 노래하자 MZ(밀레니얼+Z) 성악가들은
2025.11.30 08:00
“좋다면 똥이라도 가져다 쓸 사람들”…요즘 현대음악이 달라졌다?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 코로나19가 강타한 2021년 미국 남부 지역엔 겨울 폭풍 ‘유리(Uri)’가 찾아왔다. 한파와의 전쟁으로 인해 고립된 때, 백신 물량이 모자라 미국 곳곳에 시체가 쌓여가던 때, 작곡가 아누 부타니는 ‘얼어붙은 시간 너머’를 썼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긴긴 터널의 한가운데에 선 듯한 막막함, 그 너머로 이 길을 헤쳐 나가는 것 외엔 어쩔 방법이 없다는 절박함이 넘실댄다. 그렇다고 마냥 디스토피아만 표현한 건 아니다. 빙하기를 건너듯 설산을 걷는 거인들의 모험기 같다. 거대한 게임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듯 새로운 날들을 개척하는 누군가를 독려한다. #2. 영험한 기운이 용솟음친다. 무수히 많은 전래동화의 시작 구절,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한 문장에 영감을 받아 쓴 그레이스 앤 리의 ‘호랑이의 파이프’. 전통 산조 가락이 서양의 오케스트라를 만나, 한 겹 한 겹 켜켜이 쌓아간다. 거대하고 날렵한 몸으로 산과 산 사이를 누비는 ‘산중호
2025.11.23 08:00
단독 [단독] 단발머리 소녀에 부산항까지…가왕과 최희선이 연주할 ‘쌍 기타’ 제작기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통기타 하나 구해야겠는데?” 모든 것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한국 대중음악계 유일무이한 가왕(歌王)이면서 젊은 시절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던 조용필이 소속사 YPC 관계자와 그의 밴드인 ‘위대한탄생’ 리더 최희선(기타)에게 건넨 말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가왕이라고만 알고 있지, 젊은 시절 형님은 대한민국을 호령하던 기타리스트였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타를 만져봤고, 얼마나 많은 기타를 가지고 있었겠어요. 그런데 통기타를 하나 구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지난해 연말이었다. 전국투어 콘서트로 한창 무대에 서고 있을 시기였다. 당시를 떠올리며 최희선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조용필은 콘서트에서 일렉트로닉 기타를 손에 쥐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함께 연주한다. 올해로 음악 인생 57년. 긴 세월만큼 무수히 많은 기타가 가왕의 손을 거쳤다. 다양한 기타를 다뤘지만, 가왕의 손에 딱 맞는 기타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국산 토
2025.09.07 08:00
단독 [단독] ‘가왕 조용필’ 57년 음악여정 새긴 어쿠스틱 기타 탄생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고추잠자리’가 날고 ‘단발머리’의 ‘모나리자’가 미소 짓는다. 가왕 조용필의 최신상 기타에 그의 음악 여정이 모두 담겼다. 7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조용필의 57년 음악 인생을 담은 커스텀 기타가 제작됐다. 국내 토종 기타 브랜드인 크래프터를 통해서다. 박준석 크래프터 코리아 대표는 “지난 2월 첫 기획 회의에 돌입해 장장 6개월에 걸쳐 조용필의 커스텀 기타(LX G 7000ce Custom)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조용필의 새 기타 프로젝트는 지난해 연말 시작됐다. 해마다 하반기 돌입하는 연말 전국투어 콘서트가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최희선은 “기타 연주자에게 기타는 목소리와 같다”라며 “자신의 손과 추구하는 사운드에 맞는 악기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가요계에 따르면, 가왕은 자신에게 딱 맞는 기타를 찾기 위해 국내외 유수 브랜드의 기타를 모두 구해 직접 손으로 만지며 연주하기를 반복
2025.09.07 08:00
60대 피아니스트 그녀 “춤으로도 세계 제패”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 한국인, 동양인, 여성 ‘최초’ #불사조 #오뚝이 피아니스트 서혜경(65)에겐 별명이 많다. 늘 음악계 ‘최초’의 아이콘이었고, 풍파가 밀려올 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 다시 섰다. 그의 삶 자체가 격정적 드라마였다. 실제 드라마로 방영됐다면 주인공의 삶에 위기가 너무 많아 시청자 원성이 쏟아질 정도다. 요즘 그가 피아노 못잖게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스포츠댄스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당시 “인생의 60년을 피아노와 함께 살았다면 나머지는 스포츠댄스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푹 빠졌다. 하지만 그의 스포츠댄스 사랑의 시작엔 결국 피아노가 있었다.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그의 ‘피아노 여정’은 다섯 살에 시작됐다. 서헤경이 피아니스트의 자질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무대 기질’. 대형 콘서트홀에서 수천 명의 관중 앞에 서기 위해선 엄청난 담력이 필요하다. 서혜경은 세 살 때 무용을 시작하며 무대에서 필요한 자질을 길렀다. 위문
2025.08.10 08:00
얼굴인식 도어락도 무사 통과…K-특수분장의 저력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핏기 없는 낯빛, 생기를 잃고 재색이 된 죽은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너, 별로였어. 나, 너 잊을 거야.” (연극 ‘유령’ 중)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여자. 한때는 배명순이었지만, 새 삶을 살기 위해 주민등록도 포기한 채 정순임으로 살아간다. 폭력에선 해방됐지만, 병마는 피하지 못했다. 말기 암 진단을 받고 무연고자로 세상에서도 버려진 사람. 배명숙이었다가 정순임으로 살다 간 여자는 자신의 죽은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 배명순의 ‘인생이라는 연극’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유령’의 한 장면이다. 배명순을 연기한 이지아, 우점수를 연기한 배우 신형종, 황종배를 연기한 홍의준. 무대 위에서 ‘죽어있는 나’를 들여다보던 세 배우는 내내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이지하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아닌 것 같고, 돌아가셨는데 살아있는 것 같았다”며 “슬프
2025.06.20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