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2나노·HBM 하이브리드 본딩 등
TSMC, 애플·AMD 확보로 선제 대응
삼성, 엑시노스2600 등으로 조용히 추격 준비
중국, EUV 기술 개발 사활…업계 놀라게 할까
![[ SK하이닉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207.a1fc178915cd448fa0bba8464fe71776_P1.png)
<김민지의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은 그야말로 살얼음판과 같죠.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기술 전쟁은 조용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 하반기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시장의 화두는 2나노 공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가 대형 고객사를 선점하며 치고 나가는 모습입니다. AI 대표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6세대 제품인 HBM4을 포함한 다음 기술을 준비가 한창입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연말부터 시작될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준비하는 업계의 분주한 기술 전쟁을 살펴보려 합니다.
애플·AMD 꿰찬 TSMC…벌써부터 2나노 주문 받는다
우선 파운드리 시장부터 살펴볼까요?
TSMC가 이르면 올 연말부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2나노 시대’가 열릴 전망인데요. 3나노의 경우 202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양산으로 포문을 열었다면, 2나노는 TSMC가 먼저 치고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서 기본적인 개념 다시 잡고 가보겠습니다. 나노란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의미하는데, 1나노는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입니다. 더 얇은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난이도는 높지만, 반도체 크기를 줄이고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죠. 동시에 물론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도 높일 수 있고요.
AMD는 최근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에픽 프로세서 ‘베니스(코드명)’를 TSMC의 2나노 공정으로 제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TSMC의 첨단 2나노 공정 기술 기반으로 테이프아웃 및 생산되는 업계 최초의 고성능 컴퓨팅(HPC) 제품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죠.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도 내년 출시할 ‘아이폰16 시리즈’에 2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을 탑재할 전망입니다.
![대만 TSMC 공장의 로고 전경.[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113.e0f553864d124a64b1ab71235ef2c519_P1.jpg)
TSMC는 밀려들 주문에 대비해 캐파(생산능력) 향상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TSMC는 올 연말까지 2나노 공정 생산량을 월 5만장 안팎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라인을 갖출 예정입니다. 대만의 바오산과 가오슝 공장이 완전한 가동을 시작하면 월 8만장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TSMC는 3나노 공정까지는 핀펫(FinFet) 기술을 사용했지만 2나노 공정 부터는 GAA(게이트 올어라운드) 기술을 활용합니다. 핀펫 기술이 반도체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3개 면만 감쌌다면, GAA 기술은 4개를 게이트로 감싸는 구조죠. 닿는 면이 늘어날수록 소비 전력은 줄이고, 성능은 높일 수 있어 차세대 기술로 꼽힙니다.
TSMC는 이미 상당히 안정적인 2나노 수율을 구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TSMC가 2나노 공정 테스트에서 60~70%의 수율을 달성했고 지금은 그 이상을 웃돌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고객사의 주문을 받고 있는 걸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집식구’ 엑시노스부터 출격하는 삼성 2나노
3나노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삼성은 2나노 공정에선 아직 TSMC와 격차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30~4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은 ‘한 집 식구’와 다름 없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한 자사 모바일 AP ‘엑시노스2600’이 첫 2나노 공정 양산 제품이 될 전망입니다. 업계에선 올 연말 ‘엑시노스2600’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수율을 양산 적정 기준인 60%까지 높이는 것이 시급합니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2025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319.aa809f0d390840a18ba30ceefb29a710_P1.jpg)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겸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객 서비스 중심 사고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며 “2나노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1나노대 차세대 공정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기술·제조 역량을 갖추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도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입니다.
TSMC는 올 1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는데, 이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을 우려한 사재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TSMC는 1분기 순이익이 3615억6000만 대만달러(약 15조 778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0.3%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6% 늘어난 8392억5000만 대만달러(약 36조 62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PC를 포함한 서버 등 전 산업군에 여전히 관세 불확실성이 커 하반기 실적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스마트폰 관세를 예외없이 부과한다면,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부터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HBM 혁신 ‘하이브리드 본딩’이 뭐길래
메모리 시장도 살펴보겠습니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해 관심을 모읍니다.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의 ‘AI를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기술 워크숍’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해 만든 12단 HBM3E 제품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며 “향후 20단 제품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기본적인 HBM 공정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올 1월 미국 CES 2025에서 전시한 HBM3E 16단 제품. [SK하이닉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123.952a88edfbff4673b7f7e0807e731849_P1.jpg)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제품인데, 지금까지는 D램과 D램 사이를 ‘마이크로 범프’라는 소재로 이어 붙였습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본딩은 이를 범프 없이 연결하는 기술로, 칩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D램 업게에선 ‘꿈의 기술’로 꼽힙니다.
SK하이닉스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 12단 HBM3E 제품은 고온 방치시 수명 제품 출하 후 고객사의 칩 결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4개 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이 부사장은 “HBM3로 성능 검증을 했을 때 큰 이슈(문제)는 없었지만, 아직은 R&D 단계이고 양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양산 예정인 HBM4 다음 제품인 HBM4E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HBM 시장에서 뒤처진 만큼, 선행 기술을 먼저 적용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중국 EUV 개발 시도…반도체 자립화 해낼까
트럼프 정부와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상황을 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벌이고 있는 통상 규제의 핵심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해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410.18af5f281aa247c8a106fdb913f3a2b0_P1.jpg)
문제는 앞뒤로 통제를 강화해도 중국 특유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마인드로 어떻게든 반도체 자립을 조금씩 실현해나가고 있다는 거죠.
최근 업계를 가장 놀라게 한 건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개발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의 유력 반도체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CAS)과 장장(Zhangjiang) 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새로운 연구 논문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기를 양산할 수 있는 ASML의 EUV보다 전력이 4배 더 높은 빛을 생성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EUV 노광장비 사진이 노출돼 화제가 되기도 했죠.
![중국 화웨이가 자체개발했다고 밝힌 EUV 노광기 . [화웨이 홈페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418.7da177e81d884d74a2f130b9befa141a_P1.png)
현재 EUV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ASML 장비가 없으면 7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2019년부터 ASML의 EUV 장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워낙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탓에 업계에선 중국이 EUV 장비를 개발하려면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과 최근의 기술력 향상을 고려하면,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중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3위 사업자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CXMT가,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SMIC가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오히려 반도체 자립화를 앞당기고 있단 분석도 나옵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