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씨 [연합]
이진희씨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대기업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에 노출돼 두 눈을 실명한 이진희씨가 뇌출혈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18일 유족은 이진희씨가 지난 17일 오전 2시12분쯤 창원한마음병원 중환자실에서 급성 뇌출혈 투병 끝에 숨졌다고 전했다.

1987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고인은 2006년 장학생으로 창원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가 생활고로 3학년 때 중퇴했다.

2015년 친구가 있는 인천에 가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다 불법 파견업체의 소개로 2016년 2월 인천남동공단에 있던 모 기업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몸체를 깎고, 전원 버튼을 만드는 3차 하청업체였다.

스마트폰 몸체를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로 매끄럽게 가공하는 과정에서 메틸알코올(메탄올)이 뿜어져 나왔다. 고인은 창문을 닫은 공장에서 마스크와 목장갑만 사용한 채 일하다 메탄올에 노출됐고 출근한 지 나흘 만에 메탄올 중독으로 뇌 손상에 이어 두 눈을 실명했다.

파악된 피해자는 고인을 포함해 6명이었다. 고인 등은 2016년 서울중앙지법에 파견업체와 하청업체,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2021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 없이 확정됐다.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보통 손해배상 소송에선 (피해자에게도 일부 책임을 묻는) 과실상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판결에선 과실상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과실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고인은 경남 함안에 살며 요양하다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함안 새롬재활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bb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