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의료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하고, 이는 건강보험 증액의 단초가 된다. 노인의 병원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의료대란 이후 적절한 진료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들은 만성질환도 많고 이동도 힘들어 가족의 부담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필자는 실제 95세 노모가 아파 동네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주차장도 없어 처를 대동하고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뒤 한 시간을 기다려 5분도 채 안 되는 진찰을 받고 나왔다. 간호사와 의사에게 우선 진료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지만 먼저 온 환자들이 우선이란다. 병원 내 누구도 노인에 대한 포용적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머니는 결국 병원에 간 죄로 2주간 감기로 앓아누우셨다. “노인을 중시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한 사회일까?”에 대한 의문이 앞섰다.

동방예의지국은 고사하고 노인들에 대한 의료복지 시스템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층에 비용을 전가한다는 사회적 시각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대를 갈라치는 정치권과 노인 정책에 뒷전인 정부 조직들, 경로사상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시스템 그리고 언론방송계의 무관심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노인을 위한 의료복지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규범적 행동 방안들은 없을까?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노인들이 아플 때 미리 진료 시간을 예약하는 의원급 진료 예약제이다.

한국에는 장애인이나 응급 환자에게는 진료 우선권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에 대한 별도의 진료 우선 정책은 없다. 그래서 필자는 노인회와 보건복지부 내 2개 부서에 제안해 보았다. 신문고에 직접 제안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노인들은 응급 환자가 아니라면 현재 병원 시스템하에서는 의원급 진료 예약을 할 수 없다.

우선 도시 중심의 시범사업으로 병원 진료 예약제를 추진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1년 정도 경과 기간을 두고 운영 효과를 분석해 개선 및 확대 시행을 한다면 경제적이지 않을까 싶다. 단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의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의료계의 자율적 대응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의 생각에 따라 갈등의 부직용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의료법 및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법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하고 대응 행동도 느려 진료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건강이 악화할 소지가 크다. 이는 결국 세금과 건강보험비의 상승 즉 사회의 비용 증가로 나타난다. 진료 예약제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혜가 아니다. 노인에게 진료 예약을 해드리고 상황에 따라 진료 시간대를 정해주거나, 전담간호사를 배치한다면 관리 대응의 편의성을 높이고 효율성도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가족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노인의 건강권 개선과 삶의 질의 향상은 가정과 사회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원이 될 것이다. 노인들은 사회의 가족이자 우리들의 미래임을 알아야 한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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