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미만 영리치, 가상자산 투자자 중심
AI 자산운용·투자관리 서비스 이용 많아
신뢰부족이 AI서비스 이용에 심리적 장벽
경험자 중심으로는 긍정적인 평가 높아져
수익률 손실 비중도 AI 이용자 그룹이 낮아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로 인공지능(AI)이 프라이빗뱅커(PB) 역할을 하는, 이른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부자 5명 중 1명꼴로 AI를 활용한 자산운용·투자관리 서비스를 이용했거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경험률은 낮았지만 경험자를 중심으로는 수익성과 효율성 등에 대한 만족도가 40% 수준으로 높았다. 향후 관련 서비스가 고도화·확산됨에 따라 경험자가 늘 때 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데이터 기반으로 짜여진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제시하거나 직접 자산운용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16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88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9%가 현재 AI 자산관리·투자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과거 이용했으나 현재 이용하고 있지 않은 응답자 9.4%를 더하면 총 16.3%가 AI 자산관리·투자관리 서비스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50대 미만의 영리치나 가상자산 투자자 등 적극적 투자 성향을 가진 부자의 AI 서비스 이용 경험이 많았다. 그러나 절대 다수인 83.7%는 아직 한 번도 AI 기반의 자산운용·투자관리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모바일 금융 확산 흐름에도 AI 서비스 경험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부자는 자산 증식보다 자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산관리에 있어 신뢰를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는데 AI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기에 AI에 자산관리를 맡기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부자는 아직 자산운용·투자 의사결정 시 디지털을 활용하는 데 대해 신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추천하는 자산운용·투자관리 서비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AI 서비스를 경험해 본 경우 신뢰도는 34%로 두 배 이상 상승했지만 불신의 응답이 다수였다.
이러한 신뢰 부족이 AI 자산관리 서비스 이용에 대한 높은 심리적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고 연구소는 진단했다.
다만 AI 서비스를 경험한 부자의 인식이 비경험자에 비해 긍정적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봤다.
부자 10명 중 2명(22%)만이 AI를 활용한 자산운용·투자관리 서비스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서비스를 경험해 본 경우 긍정 반응은 41%로 크게 높아졌다. 자산운용의 효율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경험자의 긍정 응답도 각각 43%, 38%로 비경험자(17%, 1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실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자산운용·투자 시 AI 서비스 이용 여부를 나눠 지난해 금융투자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이용자 그룹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의 비중이 6%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MZ세대는 AI 자산관리의 효율성이나 수익성을 기성세대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신기술에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MZ세대가 베이비붐세대의 자산을 이어받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AI의 활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가 금융 이노베이터인 MZ부자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냐에 따라 AI의 성패는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AI 활용 서비스 기대 분야(복수응답)로는 답변자의 60.9%가 절세·세무 관리를 꼽았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45.2% ▷연금 등 은퇴 설계 32.9% ▷맞춤 상품 추천 32.6% ▷금융 목표 관리 21.8% ▷자산 및 운용 내역 일괄 확인 19.7% ▷부동산 관리 13.1% 등의 순이었다.
금융산업에서 AI 활용도는 2021년 기준 약 19%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2026년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연구소는 “AI·로봇과 함께하는 호모 아티피쿠스(Homo Artificus·인공적인 인간) 시대가 본격화되면 영업점, 전화, PC,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해 온 금융 생활에 또 한 번의 높은 파고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가 은행권 PB와 개인 투자자를 인터뷰한 결과 AI를 통한 자산관리에 대해 긍정적 답변이 눈에 띄었다. 한 PB는 “앞으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 사람의 심리를 배제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수익률만 괜찮다면 손님들도 반응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PB도 “손님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배분 등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30대 사업가 남성 투자자는 “GPT가 하는 건 믿을 것 같고, 앞으로도 활용은 당연히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60대 여교사는 “AI 능력 검증이 안돼 정보유출이 우려된다”면서도 “앞으로는 AI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테고,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