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상 갈등 대응책 마련,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집중 지원을 골자로 하는 ‘2026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의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적극재정’ 의지를 밝힘으로써 내년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AI·바이오·양자 등 3대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트럼프 스톰’이 몰고온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출 지역·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경제 안보에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정부와 기업이 ‘팀코리아’로 한 몸이 돼 미래산업의 승기를 잡게 되면 통상 파고를 넘을 경쟁력도 배가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미래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와 통상 파고 극복의 좋은 예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견제와 봉쇄에 맞서 ‘기술굴기’에 나서면서 AI, 전기차, 로봇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괄목상대할 약진을 이뤘다. 딥시크의 AI 쇼크에 이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업체 중 최초로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한 BYD(비야디)가 또 세계를 놀라게 했다. BYD는 최근 5분 충전으로 주행거리 400㎞를 확보하는 ‘슈퍼 e-플랫폼’을 선보여 딥시크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던졌다. 봉쇄가 있는 곳에 돌파구가 있고 압박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중국은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에서 AI와 양자 기술 등에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국가 창업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공세에도 5% 성장률을 자신하는 것은 기술굴기 덕분이다.
문제는 한국식 기술굴기를 이룰 재정의 뒷받침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677조4000억원, 편성 기준)보다 4.0% 증가한 704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7년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던 정부 예산은 2020년 500조원대, 2022년 600조원대에 각각 진입했다. 2016년(38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나라 살림 규모가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나는 셈이다. 일단 정부는 내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4년 연속 지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순수한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 ‘마른 수건 짜기’란 한계가 있다.
결국은 경기 활성화에 따른 세수 저변 확대가 근복적 해법이다.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재정 투입 없이도 투자 유인 효과가 큰 규제개혁에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 G7(주요7국)에는 없는데 우리만 하고 있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주52시간제’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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