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간 코스피 시총 상승액 80% 三電·SK하닉

‘KRX 반도체’ 7.36% 상승…34개 KRX 산업지수 중 1위

‘GTC 2025’로 엔비디아 주도 AI 랠리 재점화 기대

‘풍향계’ 마이크론 실적에 향후 레거시 반도체 전망

메모리 가격 상승세…“中 내수 반등 기대감” 호재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각 사 제공, 신동윤 기자 정리]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각 사 제공, 신동윤 기자 정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 종목이자 반도체주(株)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합산액이 1주 만에 3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두 종목이 이끄는 반도체 섹터의 상승률은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면서 코스피 지수를 단숨에 2610선 위로 끌어 올렸다.

예상보다 더 빨리 반도체 업황에 ‘봄’이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주가 상승 폭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가 내놓을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레거시(전통) 반도체 업황의 조기 회복 전망에 더 불을 지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도체株 힘으로 2600피 복귀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총을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23조866억원(317조8846억→340조9711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시총이 9조9008억원(140조677억→149조9685억원) 증가했다. 이 시기 두 종목의 시총 증가액 합산치는 32조9874억원에 이른다.

10~17일 코스피 시총은 41조4151억원(2095조8922억→2137조3073억원) 증가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 증가액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총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9.65%에 달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1주일간 각각 7.26%(5만3700→5만7600원), 7.07%(19만2400→20만6000원)씩 상승했다. 이중 삼성전자의 경우 전날 하루에만 주가가 5.30% 상승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다음인 지난해 11월 18일(5.98%)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외에 국내 증시 주요 반도체주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KRX 반도체’ 지수는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7.36%(3246.92→3486.05) 오르면서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34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등락률 1위를 기록했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3% 오른 2610.69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7일 이후 11거래일 만에 ‘2600피(코스피 2600대)’에 복귀한 데는 반도체주가 전면에서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단 평가가 나온다.

‘GTC 2025’로 엔비디아 주도 AI 랠리 재점화?

최근 1주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보인 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7~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하는 ‘GTC 2025’에 대한 기대감이란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소개하고, ▷로봇 ▷컴퓨팅 ▷자동차 등 관련 생태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생산 중인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엔 SK하이닉스가 생산 중인 최신형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 중”이라며 “GTC 2025를 통해 AI 랠리에 다시 열기가 더해진다면, 생태계 중심 엔비디아의 핵심 밸류체인(공급망)인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주가는 자연스레 추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전문가들은 이번 GTC 2025를 통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5세대 HBM ‘HBM3E 12·16단’ 제품 공급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전자에 더 주목한다. 최근 오랜 기간 난항을 겪어 온 엔비디아 향(向) HBM3E 납품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황 CEO 등의 ‘입’을 통해 풀리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젠슨 황 GTC 2025 기조연설(한국시간 19일 오전 2시) ▷삼성전자 주주총회(19일 오전 9시) ▷젠슨 황 GTC 2025 미디어 간담회(20일 새벽)로 이어지며 나올 추가 정보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오는 19일 삼성전자 주주 총회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발언에 주목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면서 “‘사즉생(死卽生,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30년 전 이건희 선대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떠올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전자업체들에 밀려 위기감이 고조됐던 지난 1993년, 고(故)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이후 삼성은 대대적인 혁신을 거듭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하고 있다. [삼성]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하고 있다. [삼성]

마이크론 실적 가이던스, 레거시 반도체 회복세 확신 줄까

중장기적인 반도체주 주가 흐름엔 지난주부터 유입된 레거시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분석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현지시간 20일(한국시간 21일 새벽)로 예정된 마이크론의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실적을 주목한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3대 메모리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는 데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전망에 근거한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해 ‘반도체 풍향계’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2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시장 컨센서스(89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79억달러를 제시, ‘바닥’을 찍을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로이터]
[로이터]

그만큼 시장의 관심은 이번 실적 발표 때 공개될 2025회계연도 3분기(2025년 3~5월) 실적 가이던스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단기간 약세를 보인 후 올해 2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찍고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데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가 분명한 점도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낸드플래시(129Gb MLC)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12월 2.08달러에서 올해 2.18달러, 지난달 2.29달러로 꾸준히 올랐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인 DDR4 8Gb의 평균 현물 거래 가격은 1.466달러로 일주일 전 1.442달러보다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D램 가격 반등 추세로 레거시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전기/전자 업종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저점 매수세가 국내 증시에 유입됐다”면서 “중국의 내수 반등 기대감이 레거시 반도체 수요 반등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원·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샌디스크가 4월부터 낸드 가격을 인상하기로 하는 등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딥시크’와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