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보다 더 수출액 많아
“실제 부과엔 신중할 것” 예측도
삼바·셀트리온 등 기업들 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 부과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긴장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약품 관세는 바이오를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 중인 한국도 타격이지만, 자국민을 대상으로 약가 인하 정책을 내세웠던 미국 역시 의약품 관세 부과가 약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양국 모두에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관세 부과를 단행하는 건 신중하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의약품 수출액은 2015년 330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3억5900만달러로 10년 새 40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은 전 세계 의약품 최대 수입국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주요 시장이다. 미국 공략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역시 타격이 클 전망이다. 무관세 분야였던 의약품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 경우 통상 수출 규모가 큰 쪽의 손해가 크다. UN 무역통계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국내에 수출한 의약품은 17억8000만달러 규모로,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보다 크다.
특히 관세가 부과되면 약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외쳤던 약가 인하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 자국민 약값 인상 우려까지 예고되는 만큼 의약품 분야 관세 부과는 신중하리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도 “백악관이 다르게 대응할 일부 분야가 있으며, 그중엔 두 분야(자동차·의약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를 일종의 협상용 카드로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약품 분야 관세 부과 언급을 통해 외교적 압박 수위를 고조시킨다는 의미다.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데에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 관련 기업들도 분주하다.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주주 서한을 통해 “실제 의약품 관세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발생 가능한 상황별로 최적의 대응 체계를 이미 구축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대웅제약, GC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이 꼽힌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회사 제품에 대해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완료해 올해 영향을 최소화하고, 관세 부과 시 세 부담이 적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아직 관세정책이 명확하게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의약품은 대부분 필수의약품이 아닌 항암제·만성질환 치료제이기 때문에 관세 부과 품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캐나다 소재 위탁생산(CMO) 업체 등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현지 CMO 업체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상대적으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얀센에 비소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기술 수출하면서 얀센에서 직접 생산·유통하기 때문이다. 렉라자의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조회를 하는 단계”라며 “실제 조치가 이뤄지면 그에 맞춰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의약품 관련 자국 생산 중심에 대한 정책이 관세가 붙는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종류가 구체화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광범한 원료의약품·의약품 품목에 대해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 의약품 생산 단가가 비싸질 수 있다. 약가 인상으로 인한 의료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방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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