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이 가능하게 하겠다”며 18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물지 않도록 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와 여당에서 요구하는 최고세율 인하(50%→40%)는 “소수의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원대 자산가만 이익”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거짓말”이자 “갈라치기”라고 비판하고 최고세율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편이 원칙임을 다시 확인했다. 16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해 정부·여당이 상속세 공제액을 자녀 1명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고 최고세율을 낮추는 세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부결시켰다면서 “이 대표는 기업을 위한 합리적 세제 개편을 부자 감세라고 비난하며 계층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

민주당 입장은 공제액 한도만 상향해 ‘중산층의 수도권 집 1채’로 대표되는 부동산만을 대상으로 상속세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공제액 뿐 아니라 세율까지 조정해 최대 주주의 기업 승계 및 경영권 유지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상속세 개편은 국가 경제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세율과, 최대 주주 상속시 주식 평가액을 20% 가산하는 세계 유일의 ‘최대 주주 할증 평가’의 문제도 언급했다.

이 대표의 상속세 개편 주장은 최근 잇달았던 소위 ‘우클릭’ 행보와 함께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다. 이 대표는 ‘주52시간 근무 예외’ 반도체법이나 ‘전국민지원금 배제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민주당 공식안에서는 사실상 철회됐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향해 “거짓말을 모국어처럼 한다” “우클릭 아닌 가짜클릭”이라 원색 비난한 이유다. 하지만 여당 역시 야당의 입장을 반대만 할 뿐 합의 가능한 것조차 논의에 나서길 거부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뺀 추경이나 모수개혁 우선의 연금 개혁에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이 대표에 끌려 다니는 모양으로 공이 민주당에 돌아가는 상황은 막아야 된다는 것이 여당의 생각일 것이다.

국회 다수당을 이끄는 이 대표는 ‘실용주의’라는 미명에 오락가락 의제로 ‘간보기’를 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말이라면 어깃장부터 놓고 나선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여야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국민으로선 한숨만 나온다. 오는 20일 여야 대표와 최 대행, 우원식 국회의장이 회담을 갖는다고 하니, 제발 실효성 있는 민생 대책을 내오길 기대한다. 추경과 반도체법, 세제개편, 연금개혁 등 시급한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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