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미국의 대한 車 무역적자 50조원

자동차,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을 기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해 미국을 상대로 약 50조원의 흑자를 올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이 자동차 관세 도입 일정을 묻자 “아마도 4월 2일께”라고 답했다.

이 날짜가 관세 시행 시점인지, 관세 발표일인지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 관세에 대해 날짜를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출렁거리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이 큰 편이다.

미국 상무부의 승용차 및 경량 트럭 신차 수출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53만5616대(366억 달러·약 52조8000억원) 상당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이는 자동차 수출량으로는 멕시코에 이어 2번째, 자동차 수출 금액으로는 멕시코, 일본에 이어 3번째다.

반면,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4만7190대(21억 달러·약 3조원)에 불과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만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약 5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을 관세 부과의 첫 번째 배경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한국산 자동차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과세 부과에 있어 동맹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왔다.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는 오는 4월 1일까지 무역 실태를 조사해 무역 상대국별 ‘상호 관세’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는 한국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가스 관련 부품(ERC) 규제에 대한 언급이 명시돼 있다.

NTE는 “미국 자동차 업계는 2022년 8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한국으로 수입되는 신차 모델을 무작위로 선정해 검증 시험을 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 시험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의 제품 출시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뿐 아니라 자동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부가가치세(VAT) 등 미국에는 없지만, 한국에는 있는 특정 조세 제도도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되면 한국 자동차 업계는 물론 한국의 전반적인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한미FTA에 따라 대미 수출에서 그동안 관세를 내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 달러(약 102조원)이며, 이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약 50조원)였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품목 1위이고, 규모 면에서는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106억8000만 달러·약 15조원)의 3배에 달한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