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남 통신대안평가 ‘이퀄’ 대표 인터뷰

최근 모 금융지주 5개 계열사와 계약 체결

올 상반기부터 신용평가 모델에 통신데이터 활용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부터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취약차주 1300만명이 보다 나은 신용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호원 기자]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부터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취약차주 1300만명이 보다 나은 신용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호원 기자]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기존 점수제 신용평가 체계에서는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금융취약차주가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수행하는 ‘통신대안평가’가 올 상반기 금융사에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는 “최근 모 금융지주 5개 계열사와 계약을 체결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4800만명 중 1300만명이 금융거래 이력 부재

통신대안평가의 서비스명 ‘이퀄’ [통신대안평가]
통신대안평가의 서비스명 ‘이퀄’ [통신대안평가]

통신대안평가는 국내 최초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힘을 합쳐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지난 2023년 3월 통신3사와 SGI서울보증, 코리아크레딧뷰로 5개사가 공동 출자한 기업이다. 통신사의 고객 데이터를 금융사에 제공해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사 역할을 한다.

13일 통신대안평가에 따르면, 최근 계약을 체결한 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통합 대안정보 모형’을 개발하며, 해당 모형에 이퀄의 대안신용평가 데이터를 포함했다. 이에 따라 이 금융지주 내 5개 계열사가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할 예정이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신용평가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금융거래 이력이 적어 불이익을 받았던 금융취약차주와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안평가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 거래 고객 4800만명 중 1300만명이 금융거래 이력 부재로 인해 정확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는 씬파일러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세대와 은퇴연령인 60대 이상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이력이 부재한 국내 거주 외국인도 225만명을 넘어서면서 씬파일러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금융거래 이력 기반의 신용평가는 대출 정보, 카드 사용 내역, 연체 이력 등 20여 개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해 씬파일러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에 비해 통신3사를 합쳐 전국민 85.3% 아우르는 통신대안평가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소비 패턴, 거래 능력, 연속성, 관리 성향 등 5가지 핵심 요소를 심층 분석할 수 있어 기존 평가 방식과 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통신비 납부내역, 부가서비스, 미납, 연체, 결합 할인 등의 정보를 활용해 고객이 신뢰도를 평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족결합 할인을 알뜰히 이용하거나, 성실하게 매월 통신비를 납부한 고객의 경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고객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통신대안평가의 자체 검증 결과에 따르면, 통신 연체는 금융연체를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안평가 활용시 씬파일러의 변별력이 약 20% 향상되었으며, 외국인의 경우 약 4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 불량률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약 2배의 성능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소득 4500만원 이하 고객의 경우 향후 1년 이내 90일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약 8배의 신용평가 성능 개선 효과가 있었다.

문 대표는 “대안평가를 통해 금융사는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로 우량 고객을 선별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EQUAL(이퀄)’ 대표. [정호원 기자]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EQUAL(이퀄)’ 대표. [정호원 기자]

대안신용평가의 도입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들은 외국인 금융지원 TF를 운영하며 신용평가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외국인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이용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문 대표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사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대안평가를 활용하면 외국인 고객도 신뢰할 수 있는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어 금융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거래 이력이 부족한 우량 고객 역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는 금융 거래 내역이 없으면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낮은 신용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컸지만,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하면 통신비 납부 이력 등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에 우량 고객도 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력 확보가 관건…“금융사 80% 도입이 목표”

대안신용평가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표는 “기존 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체계와 대안신용평가를 병행하면 중신용자와 고신용자의 리스크를 보다 세분화할 수 있다”면서 “최근 금융권에서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고신용자도 1금융권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저신용자는 ‘대출 절벽’ 문제를 겪고 있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게 될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도 대안평가 모델 도입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게 문 대표 설명이다. 금융사는 보다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우량 고객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리스크를 줄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대안평가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는 ‘기술력 확보’와 ‘알뜰폰 고객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대안신용평가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데이터 가명 결합 등의 기술적 과제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통신 3사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알뜰폰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 확보도 필요하다.

문 대표는 “올해 안에 금융사 80% 이상이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인재 채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통신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신용평가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w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