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의자 尹 양복에 넥타이 차고 출석

무표정으로 자리 앞 모니터 응시

선관위 CCTV 영상 재생하자 대형 스크린 흘깃

“선거부정 음모론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했다. 양복에 넥타이를 하고 깔끔하게 머리를 단장하고 온 윤 대통령은 줄곧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국회 측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침입한 계엄군들의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을 재생하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헌법재판소는 2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42분까지 1시간 40여분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시 12분께 법무부 교정당국의 호송차를 타고 헌재 지하주차장으로 도착했다. 이후 1시 57분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남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맸다. 지난 15일 체포, 19일 구속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일주일가량 생활했지만 겉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하자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한 와중에 탄핵 사건으로 고생하시게 해 송구스럽다”며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을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다.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헌재가 잘 살펴주기를 바란다”고 입을 뗐다.

이날 헌재는 본격적인 증거 조사에 들어갔다. 청구인 국회 측은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CCTV와 국회 회의록 등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헌법기관에 군·경을 투입해 국헌 문란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국회 측은 PPT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꼽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검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연합]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연합]

윤 대통령은 대부분 자리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고 중간중간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국회 측이 중앙선관위 CCTV 영상을 재생하자 다소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윤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영상이 나올 때는 건너편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눈길을 돌렸다.

특히 지난달 3일 오후 10시 33분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계엄군이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외곽 CCTV에 찍힌 모습을 재생할 때는 몇초간 모니터와 대형 스크린을 여러 차례 번갈아 살펴보기도 했다. 청구인 측 장순욱 변호사는 영상을 재생하며 “계엄군이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계엄 선포 후 4~5분 만에 바로 들어올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청구인 측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군·경을 투입하고 영장 없이 직원을 압수수색 한 것이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서 선관위 선거정보센터 CCTV 영상이 재생되자 윤 대통령은 입이 마르는 듯 혀를 입안에서 굴리고, 자리를 살짝 고쳐 앉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해당 영상에는 선관위 선거정보센터 서버실에 침입한 군인들이 직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장면이 담겼다.

윤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초기부터 중앙선관위를 조사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날에는‘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선거가 전부 부정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며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관위의 극히 일부 전산장비를 점검했는데도 문제가 많았다.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 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가능하면 예정된 모든 탄핵 심판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탄핵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3일 진행된다.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2월 4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2월 6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 ▷2월 1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측은 증인 보호를 위해 윤 대통령을 퇴정시키거나 가림막을 설치한 후 증인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심판정을 나선 윤대통령은 구치소로 복귀했다. 저녁은 순두부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