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초비상이 걸린 농축산부문의 수장인 이동필 장관이 ‘짧지만 의미있는’ 여름휴가를 다녀와 화제다.
지난 주말부터 1일까지 2박3일 동안 이 장관은 예천-의성-울산을 돌며 ‘농촌에서 휴가 보내기’를 앞장서 실천했다. 때가 때인지라 일정은 주로 축산물 생산 농가, 소고기 소비 현장, 농촌체험마을 방문 등으로 채워졌다. 농촌여행을 장려하고 위기의 축산물 소비 촉진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농촌ㆍ농업의 6차산업화(1차 생산+2차 가공+3차 체험관광) 현장을 찾아 규제를 점검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동쪽으로의 나들이’는 세부일정을 합치면 장장 1500km는 족히 넘는다. 평소 페이스북 소통맨으로 정평난 이 장관답게 떠나면서 자신의 ‘페친’들에게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가득한 우리 농촌으로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라는 인사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 첫날 여행 예천= 이 장관은 첫 방문지인 예천에서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우선 육지속의 섬으로 유명한 관광명소 회룡포를 찾아 조선시대 지어진 주막으로는 마지막 남은 삼강주막(경북도민속자료 134호)에서 잔치국수에 현지 전통 막걸리를 반주로 점심을 식사를 하고, 통영농요보존회원들의 농요시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농촌관광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장관은 또 인근 한우생산농장인 ‘지보참우농장(대표 최병용)’을 찾아 김영란법 이후 한우 수급동향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 장관은 “최근 한우 경락가격이 내려가고 송아지 사육두수가 늘어나 점차 수급이 정상화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느끼는 한우 가격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지보농장처럼 생산자단체의 직거래 판매장 및 식당 확충, 경매시장 위주 출하에서 소비지 유통업체와 직거래 방식으로 전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하여 직거래 중심의 한우 유통체계를 구축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보참우농장은 2006년 지보참우작목반으로 시작해 10년을 거치면서 한우 사육 기자재 공동구매, 저렴한 판매 등 유통비용 절감으로 농가소득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관은 이어 수십km 떨어진 예천 용문면 ‘출렁다리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찾아 농촌 6차산업 성공 밑그림을 재확인했다. 이곳은 김장 담그기, 솥뚜껑 배추전 만들기, 두부 만들기, 묵 만들기 등으로 농식품부가 선정한 ‘농촌체험휴양마을 10선’에 포함된 곳으로 마침 초등학생 수십명이 체험마을이 간이 수영장에서 물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장관 일행은 예천읍내로 가 30일 개막돼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예천세계곤충엑스포 현장을 찾았다. 곤충의 가치와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곤충주제관’, 즐거운 놀이체험을 통해 곤충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곤충놀이관&파브르정원’, 농업이 생명산업이자 미래성장동력임을 알리고 창조농업의 미래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생명산업대전관&곤충산업관’, 그리고 곤충요리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참관한 이 장관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장관은 개막식 뒤풀이로 예천읍내 ‘한우플라자’에서 예천참우 시식을 겸한 만찬을 하면서 한우고기의 소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늦은 밤, 이 장관은 의성 고향집에서 모친과 정겨운 시간을 가진 뒤 마을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어르신네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건강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튿날 여행 울주ㆍ울산= 휴가 이틀째인 31일 오전 2시간을 달려 울주군에 도착한 이 장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언양·봉계 한우고기 특구’에서 한우불고기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곳 한우 불고기는 한우 암소를 1.5cm 정도로 두껍게 썰고 참숯불에 석쇠를 얹어 왕소금으로 굽는 것이 특징. 구수한 육즙과 참나무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이 일품으로 최근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관은 “김영란법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우리 한우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언양·봉계 한우고기 특구’처럼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맛있고 질 좋은 한우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전통주 기업인 ‘복순도가(福順都家)’를 방문해 유기농 오리쌀을 사용해 고급화시킨 ‘손막걸리’를 맛봤다. 김정식·박복순 부부가 빚어내는 이 술은 2012년 서울핵안보정상회담과 이듬해 대대통령 초청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장관 일행은 울산 태화강으로 가 10리길에 조성된 ‘십리대숲’을 찾아 피톤치드 힐링을 체험했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대규모 대나무 자생지 십리대숲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올여름 휴가명소로 추천하고 며칠 전 직접 다녀가 화제를 낳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산업화로 오염되었던 태화강을 시민들과 관련기관이 각고의 노력을 펼쳐 생태계를 복원했다는 사실이다.
이 장관은 울주군 온양읍에 있는 ‘외고산옹기마을’을 둘러본 뒤 울주군 두서면 미호리에 있는 ‘신우목장(대표 김종화)’을 찾았다. 2014년 농식품부가 ‘산지생태축산 시범농장’으로 지정한 곳으로, 산지에 초지를 조성해 한우 120두, 흑염소 250두, 유산양 70두를 자연방목해 요구르트·치즈·버터 만들기, 목장투어 등 체험 및 관광을 연계한 6차산업형 신개념 축산모델로 유명하다. 이 장관은 목장에서 지역내 농촌관광 종사자들과 전문가, 관련 공무원들과 함께 ‘농촌관광 활성화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는 도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농촌관광 확산을 위해 ▷다양한 상품개발 출시 ▷품질제고, 콘텐츠 확충 ▷맞춤형 정보 제공 및 홍보 강화 등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으며, 이 장관은 “논의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하여 농촌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도록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신우목장에서 민박을 한 이 장관은 아침 식사로 신우목장이 제공한 곰탕을 굳이 택했다. 이유는 농식품 분야 규제개혁의 성과 중 하나로 지난해 7월부터 농어촌 민박에서도 조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된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행선지 조선업희망센터= 이 장관은 사흘째 마지막 행선지 ‘조선업 희망센터’가 위치한 울산 동구 미포복지관으로 갔다. 지난달 28일 문을 연 이곳은 중앙부처, 지자체, 민간기관 직원이 희망센터에 상주하며 지역 근로자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용ㆍ복지ㆍ금융 등의 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재취업과 직업훈련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식품부는 불가항력의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교육 및 상담지원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든든한 울타리’를 강조하며 “저와 농식품부 역시 귀농·귀촌과 농촌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형 교육을 통해 조선업에 종사하다 실직하신 분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장관이 산업단지 울산을 찾은 것은 폐친들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 장관은 휴가 도중 페이스북에 “농촌관광 활성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농촌관광지와 농촌여름휴가 계획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짧은 시간에 무려 2000여 분께서 관심을 주시고, 그 중 350명이 넘는 분들의 추천을 종합해 최근 김영란법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처한 경북과 울산지역을 택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의 사흘간 휴가 겸 현장 탐방은 바다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왕암 공원’을 둘러보고, 오리요리전문점인 ‘꽃다지’에 들러 점심을 챙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일부 일정을 동행한 기자의 입장에선 빡빡한 스케줄 상 휴가로 보기 어렵지만, 이 장관은 들뜬 마음으로 농촌으로 향했고 또 그 곳에 확실히 푹 빠진 듯 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덕담을 나누고, 수행원들과 취재진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이 장관에게서 참선을 통해 진리를 깨우치는 수도승의 모습을 담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문득 오버랩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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