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이제 겨우 22개월인 아이와 가끔 싸울 때가 있습니다. 양치를 하고 자야 하는데 안 하겠다고 버텨서 싸우고, 옷을 안 입겠다고 도망다녀서 싸우고, 스마트폰으로 로보카 폴리를 보여달라고 졸라서 싸우고…. 사소한 것들로 싸움 아닌 싸움을 벌입니다.
싸움은 주로 제가 뭔가를 시키고 아이가 이를 따라 주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한마디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입니다.
처음엔 좋은 말로 설득을 하다가 계속 말을 안 들으면 슬슬 짜증이 나고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아이는 장난스럽게 도망을 다니고 잡으러 다니다가 지친 저는 화를 내고 맙니다. 그러면 아이는 또 아이대로 삐쳐서 더 말을 안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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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느라 아이와 많이 놀아 주지 못하니 퇴근 후에라도 잘 놀아 줘야지, 주말에는 하고 싶은 거 다 해 줘야지 싶다가도 막상 저녁이 되고 주말이 되면 생각만큼 잘해 주지 못합니다. 피곤한 나머지 쉬고 싶고 예민한 상태에서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버럭 해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어른이고 부모인 내가 아직 아기인 자식과 왜 자꾸 싸우는 걸까 생각해 보니 저는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잘못된 명제에 빠져 있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보호자로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맞지만, 아이가 무조건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할 의무는 없는 건데 말입니다.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고 의지가 있는 ‘독립된 인격체’인데 저는 이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의지를 고집으로 치부하고, 아이의 주장을 따라 주기보단 꺾으려 들었습니다.
아이는 말을 하기 전부터 몸짓과 표정으로 의사 표현을 합니다. 말을 시작하면 좋고 싫음의 표시가 더 분명해지고, 요구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가 보내는 사인을 잘 헤아려 주지 못하고 제 주장을 앞세웠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했을까요. 자기도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는데 엄마는 일방적으로 시키기만 하고, 장난을 치고 싶은데 엄마는 받아주지 않고,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는데 엄마가 와서 잘 놀아주지도 않고….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했을지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아이가 연약한 존재라고 해서 아이의 뜻도 함부로 꺾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뱃속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지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도 되새겼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온 순간 이미 나와는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가 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아이도 똑같이 존중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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