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어 오늘 2차 출석 조사
체포영장 집행 방해한 배경 추궁
경찰, 사전구속영장 청구 고심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13시간 마라톤 조사를 받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1일 오전부터 경찰에 2차 출석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 전 처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그가자발적으로 출석했고 이미 전직 신분이 된 점 등을 고려해 전날 긴급체포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필요하다면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처장은 10일 오후 11시 10분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청사에서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수사기관의 조사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려고 노력했고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처장은 ‘(경호처장직)사의를 표명한 이유’와 ‘윤 대통령이 출석을 만류한 게 맞는지’, ‘오늘 출석한 이유가 따로 있는지’,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 안된다고 한 이유’, ‘체포영장 집행 저지선 구축은 본인 구상인지 윤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는 답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앞서 박 전 처장은 경찰에 출석하며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체포 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은 박 전 처장에게 지난 3일 경호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당시의 구체적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처장은 당시 경호처 지휘부와 함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특히 고발에 따른 내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박 전 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이틀 뒤에는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이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당초 박 전 처장은 경찰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1,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그를 긴급 체포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전 처장은 10일 오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사직서 수리로 전직 신분이 된 점, 자발적으로 출석해 조사에 응한 점 등을 고려해 긴급체포 등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고 우선 귀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처장의 추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영장 집행 국면도 새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 이진하 본부장 등은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상태다. 김 차장은 경찰이 요구한 3차 출석 시한인 11일 오전 10시까지 경찰에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