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브레이 홍콩대 비교교육학과 교수(前 유네스코 국제교육계획연구소장)

“한국 사교육, 분수령 오래 전에 지나”

“근본적 수요 변화 없이는 정책 무의미”

마크 브레이 홍콩대 교육학부 교수. 본인 제공
마크 브레이 홍콩대 교육학부 교수. 본인 제공

‘차라리 애가 없었더라면.’ 맞벌이 엄마 최모(40)씨는 첫째가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교육에 쏟아부을 돈을 계산하면 최씨는 숨이 막힌다. ‘이사를 하든, 해외여행을 가든, 명품을 사든 뭐라도 남았을텐데.’

하지만 사교육을 줄일 수는 없다. “달리는 기차에서 혼자 내릴 수 있겠어요?” 다른 학부모는 기자에 이렇게 물었다. 사교육 중단이 곧 자녀를 낙오 시키는 일이라는 인식이다.

저출생은 절반의 현상일 뿐이다. 비출산 청년들, 한 세대 위엔 출산을 후회하는 부모들이 있다. 사교육 기차에 올라탄 부모들은 저축, 노후, 여가를 하나씩 포기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헤럴드경제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육부가 10년 전을 마지막으로 중단한 ‘사교육 의식조사’를 포함했다.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대학 증원 정책은 ‘자격증 인플레이션’만 심화시킬 겁니다.”

마크 브레이(Mark Bray) 홍콩대 비교교육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의과대학 및 첨단학과 증원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 규제와 함께 이뤄진 대학 증원이 오히려 사회 전반의 경쟁을 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브레이 교수는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은 중요하다”면서도, “대학을 누구나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더 이상 학사 학위만으론 사회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석사 학위까지 추구하는 ‘자격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브레이 교수는 유네스코(UNESCO) 국제교육계획연구소(IIEP) 소장, 비교국제교육학회(CIES) 회장, 세계비교교육학회(WCCES)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과거 한국을 ‘사교육 종주국(Grandmother of Shadow Education)’이라고 표현했다. 사교육 시장이 가장 먼저 성행한 동시에, 사교육 억제 정책도 가장 선도적으로 시도해온 나라라는 이야기다.

한국 사교육 시장은 브레이 교수는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사교육 시장 상위권에 있다”며 “사교육을 받지 않는 가정이 소수에 불과해지는, 돌이킬 수 없는 분수령(tipping point)을 오래 전에 넘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과의 전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이집트는 올해부터 대입 성적 과목에 사교육이 성행하는 외국어 등 필수 과목을 삭제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예체능을 제외한 초·중학생 사교육 일체를 금지했고, 터키에선 입시학원 폐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브레이 교수는 “사교육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나라는 현재까지 없다”며 “근본적인 수요 변화 조치 없이는 (규제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해다.

브레이 교수는 한국 사교육 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점으로, 오랜 규제 시도에도 시장이 유지돼 왔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교육이 사회 문화 자체에 깊이 뿌리 내려 있다는 것, 그리고 경쟁적인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며 “코로나19 등 경제적 위기에서도 (한국의) 사교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비효율적인 이유로 “사교육이 반드시 기대했던 혜택을 가지고 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교육 경쟁이 심화할수록 젊은 세대는 특정 직업을 얻기 위해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자격증(스펙)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