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헐리우드를 간다는 건 무서워요. 우리와 시스템이 너무 다르고 완벽을 추구하잖아요.”
데뷔 8년차 배우 박시연(33)은 오디션을 앞둔 신인처럼 긴장된 모습이었다. 얼마전 종영한 KBS2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에서 첫사랑을 배신하고 재벌가 안주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 한재희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시연은 “실제 성격은 한재희와 싱크로율 0%”라고 했다.
그는 한미합작영화 ‘더 라스트 나이츠(The Last Knights)’ 촬영 차 다음달 초 체코 프라하로 떠난다. 첫번째 헐리우드 진출작에선 부패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게자 못(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과 원치 않은 결혼을 하고 남편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아내 하나 역을 맡았다. 하나의 아버지는 배우 안성기가 맡았다. 프라하에서 크리스마스까지 2주간 머무를 예정이다. “처음 제의받은 게 드라마 중반 부 한참 찍고 있을 때인데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아요. 머리 속에 재희로 꽉 차있어서, ‘못 읽어보겠다. 미안하다’고 거절했는데 사무실에서 그래도 헐리우드 제의가 흔치 않으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달라고 해서 읽었죠. 어릴 적 좋아했던 모건프리먼, 연기력 좋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오는 영화라는 게 좋았어요.”
일본인 감독 카즈아키 키리야는 영어를 구사하는 아시아 배우로 찾았고, 한중일 여배우 몇몇에게 제의를 했다가 박시연으로 최종 낙점했다. 특별한 공식 오디션은 없었다. 감독과 수시로 통화하고, ‘착한남자’ 영화 ‘간기남’ 등 그가 출연한 영상을 보낸 게 전부였다. 이국적이고, 연약한 듯하면서 고혹적인 마스크가 캐스팅에 한 몫을 한 듯하다. “한번도 가본 일 없는 프라하에 혼자 가야해서 기대반, 걱정반 그래요. 다행히 안성기 선배님도 같이 가시니까 많이 기대고 의지하려고요. 한국 온지 10년이 넘어서 요즘엔 CNN도 보고 영어라디오도 들으면서 리스닝 훈련하고 있어요.”
박시연의 해외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초 데뷔를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했다. 본명인 박미선으로 중국 CCTV 사극 3편을 찍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필 사진을 혼자 찍어서 돌렸는데, 우연히 제 사진이 중국에까지 간 거에요. 중국에서 한국 여배우 신인을 찾는다고 해서 오디션 보려고 혼자 중국까지 갔어요. 매니저 없이 혼자서 1년 넘게 활동한 거에요. 중국에서조차 자국 배우인줄 알았어요. 그 땐 뭣모르고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연기가 뭔지 조금 아니까, 운전할 줄 알면 더 무섭고 그러듯이 더 두려운 거에요.”
박시연은 지난해 11월 결혼 뒤 영화 ‘간기남’을 거쳐 드라마 ‘착한남자’를 통해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착한남자’에선 극 중후반부로 갈수록 한재희에 몰입하는 에너지가 브라운관에서 뿜어져나왔다. “마지막에 재희란 인물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된 거 같아요. 나중엔 측은해져서 재희편에서 착하게 그려주고 싶더라구요.”
그는 재희를 연기하면서 끝없는 탐욕의 정당성을 모성애에서 찾으려 애썼다. 아들 은석에게 “시궁창 같은 삶을 물려주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라고 위로했다. 그런면에서 마지막 20회에서 은석에게 아버지의 죽음(한재희가 죽음을 방치)에 대한 죄과를 말하고 용서하는 분량이 빠진 것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7년이 흐른 뒤 10대소년으로 자란 은석 역에 아역배우까지 캐스팅을 다 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마지막에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주변부 얘기를 다 못풀어준 게 있었어요. 안변호사가 떠나가는 장면도 재희에겐 나름 의미가 있지만, 은석과의 한 장면 정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극 속에서 뿐 아니라 그는 실제로도 모성애가 큰 편에 속한다. “워낙 아이를 좋아해요. 한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갖고 싶어요. 영화 촬영 끝내고 내년에는 아이를 갖고 싶어요. 개인적인 삶도 행복해야 대중도 좋아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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