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병사 내무반앞까지 와서 귀순…軍 경계태세 도마위

국감서 “CCTV로 확인”첫 보고 하루뒤 “귀순자가 노크”로 정정 은폐·축소의혹에 기강해이 비난

지난 2일 밤 북한군 병사가 강원도 고성지역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귀순할 당시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동참모부에서조차 보고 누락 사실이 확인돼 군 기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11일 “합참의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확인한 결과 귀순자(북한 병사)가 소초(생활관)의 문을 두드리고 우리 장병들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며 “CCTV로 인지했다고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귀순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 GOP(일반전초) 장병들의 숙소인 생활관(내무반)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표시할 때까지 우리 군은 귀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북한군 귀순 당시는 야간이어서 GOP에서 근무하는 40여명의 장병 중 15명가량이 철책 경계근무에 나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소초 생활관에는 상황근무자 1명과 불침번 1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한 북한 병사가 소초 생활관의 문을 두드리자 근무자를 포함해 장병 3명이 뛰어나갔고 귀순자는 “북에서 왔다.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앞서 8일 열린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는 정승조 합참의장이 “근무자가 CCTV로 확인하고 초소 근무자에게 연락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답변했다.

해당 부대는 사건발생 당일인 2일 소초에 설치된 CCTV로 북한군 병사를 확인했다고 최초 보고했다가 3일에는 귀순자가 출입문을 두드려 노크했다고 정정보고를 했다. 그러나 합참 상황실은 정정보고 내용을 윗선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선 부대의 근무 소홀과 함께 군령권을 행사하는 합참의 상황실마저 보고를 누락하는 등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군 소식통은 “GOP 생활관 출입구 상단에 CCTV가 설치돼 있는데 CCTV에 녹화된 것이 없다”고 밝혀 당시 최전방 경계소초의 CCTV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북한군이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GOP 생활관까지 오는 동안 경계병력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최전방 경계태세가 허술했던 다가 이를 은폐, 축소까지 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북한군이 귀순한 2일은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당 지역 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한 날이기도 하다.

군 당국은 해당지역 북한군 귀순 사실을 숨겨오다가 사건발생 6일 뒤인 8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사실관계를 공개했다. 지난 6일 북한군 병사가 경의선 남북관리구역 초소에서 상관 2명을 사살하고 귀순했을 때 언론에 즉각 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