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가요기획사와 음악채널이 만나 아이돌그룹 데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이제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2013년 YG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그룹 위너의 멤버를 선발했던 Mnet ‘윈’을 시작으로 MBC 뮤직 ‘카라프로젝트-카라 더 비기닝(2014)’, JYP 엔터테인먼트의 Mnet ‘식스틴’(2014)에 이르기까지 매해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이 쏟아져나왔다.
올해에도 아이돌그룹 데뷔 서바이벌은 기획사를 바꿔가며 속속 등장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펜타곤 메이커’(Mnet)가 7명의 데뷔 멤버를 확정하며 지난 19일 프로그램을 마쳤다. FNC엔터테인먼트의 ‘디오비: 댄스 오어 밴드(d.o.b :Dance or Band, Mnet)’도 방영됐다. 오는 22일엔 Mnet에서 ‘서바이벌-모모랜드를 찾아서’가 첫방송된다. 더블킥의 새로운 걸그룹 ‘모모랜드’로 데뷔하기 위한 10인의 연습생 서바이벌이다.
▶아이돌 그룹 데뷔 서바이벌, 왜 자꾸 나오나=아이돌그룹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방송이 가진 힘을 통해 신생그룹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홍보수단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1년에 수백 명이 데뷔하지만 음원 차트에 한번 올라보지도 못하고 묻히는 팀이 굉장히 많다”며 “방송을 통해 데뷔과정을 보여주면서 반복된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팬덤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뷔도 어렵고 데뷔한 신인그룹이 성장하기도 어려운” 현재의 가요계 구조에서 ‘방송의 힘’으로 데뷔하지도 않은 그룹을 보여준다는 것은 “사전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아직까지도 방송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방송된 아이돌그룹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멤버 선발권을 던진다.
‘식스틴’을 비롯해 ‘카라 프로젝트’, ‘펜타곤 메이커’, ‘프로듀스 101’은 ‘국민들이 직접 뽑는 아이돌’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청자 투표와 온라인 사전 투표 등으로 우승자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룹의 멤버들을 직접 선발한 시청자들은 이후 팬덤으로 이어지며 그룹의 성장에 강력한 힘이 돼준다.
아이돌그룹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으로 꼽히는 Mnet ‘식스틴’과 ‘프로듀스 101’은 대표적이 사례다. ‘식스틴’을 통해 통해 데뷔한 트와이스는 데뷔 6개월 만에 각종 차트를 석권, 올 한 해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걸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듀스101’을 통해 결성된 아이오아이는 데뷔 쇼케이스에서 4500석에 달하는 서울 장충체육관을 매진시켰다. 어떤 이유에서건 다른 신인 그룹들보다 출발선이 앞섰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방송사와 가요 기획사의 관계, 갑과 을인가 윈윈(Win-Win)인가= “무리한 요구가 와도 (방송과의) 관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부분이 분명 있죠.”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한 아이돌 그룹 데뷔 서바이벌에 연습생을 내보냈던 한 기획사 관계자는 “내보내기 꺼려했던 기획사도 분명 있었던 걸로 안다”며 “우리 기획사의 경우도 대표님과 방송사 측이 친분이 있어서 내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방송이 가진 영향력은 컸다. 위 기획사에서 나간 연습생이 방송을 통해 데뷔 전부터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중소 가요 기획사들만의 이야기”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지금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홍보 창구가 생긴데다 을이었던 기획사들도 힘이 생겨서 대형 기획사의 경우 방송에 굳이 목 매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들은 방송이 아니더라도 가요 시장을 재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기획사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음악 방송 없이도 굳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중소 가요 기획사들은 “방송과 거래를 트기 위해, 혹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위와 같은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도 업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일부 대형 기획사들을 중심으로만 제작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중소 기획사들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돈이 있는 기획사와 방송이 가요계 생태계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갑을 관계가 여전히 존재할 수는 있지만 “윈윈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사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기획사들은 노출하고 홍보할 창구가 필요하다”며 “이들의 니즈가 잘 맞아 떨어진 게 바로 ‘아이돌 그룹 데뷔 서바이벌’”인 셈이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을 키워내는 초기 투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신인 그룹 하나를 키워 내는네 억대의 돈이 들어가지만 성공 가능성은 쉽게 점칠 수가 없다. 그에 반해 방송은 로또가 될 수 있다. 이는 중소기획사에게도 기회다. “중소 기획사 같은 경우는 데뷔 서바이벌로 소속사 연습생들의 얼굴을 알릴 수 있어 톡톡히 덕을 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