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뱅글은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 사이에선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며, BMW 7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 자동차 트랜드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2’에는 또 다른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와 함께 크리스뱅글이 참석한다. 뱅글은 “가능한 모든 것을 많이 경험하는 게 디자인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협업을 진행 중인 삼성에 대해서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에 앞서 e-메일을 통해 그를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헤럴드 디자인포럼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관객들로부터 사인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올해 행사를 앞두고 소감은 어떠한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열성적인 관객을 만나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다. 만약 사인 공세 때문에 행사가 혼잡스러웠다면 사과드린다(웃음).

(지난해) 헤럴드포럼을 돌이켜보면, 강연자를 통해 나 역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내 강의가 참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길 기대한다. 올해 행사를 앞두고 강연 자체도 즐겁겠지만, 관객과 질의응답을 하며 서로 도전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이 정말 흥미롭다. 올해에는 더 많은 의견을 관객과 주고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지난 1년 간 어떤 활동을 하며 지냈는지 소개해달라.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collaborative projects)를 진행하며 보냈다. 동료와 함께 설립한 디자인 컨설팅업체, ‘크리스 뱅글 어소시이츠 SRL’에서 집과 이동성이란 콘셉트로 다양한 연구 개발에 매진했다. 협업을 하는 건 독자적으로 나눠 작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다.

협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상당히 다양하다. 전기 자동차, 디지털 기기, 가전기기, 전시 디자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년 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BMW에서 근무하던 시절 열정적으로 임했던 그 마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현대ㆍ기아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의 프로젝트가 진전된 바 있나?

▶현대ㆍ기아차와는 특별히 진행된 프로젝트가 없다. 하지만 삼성과는 많은 교류가 있었다. 삼성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관리자 등과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삼성은 고무적인 회사란 느낌을 받았다. 깊은 안목과 폭넓은 비전을 지닌 회사라 평가하고 싶다. 한국 기업과 교류를 가져보면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한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외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새롭게 관심 갖고 있는 제품군이 있다면 무엇인지?

▶난 개인적으로 ‘움직임(moves)’이란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기술과 환경은 우리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롭게 관심 갖는 디자인도 이런 영역이다. 과거에는 자동차가 개인에게 자유(움직임)를 제공하는 도구였지만, 이젠 전자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난 자동차 디자인을 특별하게 여겨선 안 된다는 훈련을 받았다. 쉽게 잊혀질 수도 있고, 그저 흔한 교통수단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다가온다면, 이를 이용해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디자인에 접근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결합된다는 게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대신 운전해주는 무인 자동차와 같은 차량과 같은 게 그 예이다. 이처럼 각 관심 영역이 겹치는 부분에 영감을 받고 공부해야 할 요소가 많이 있다.

-BMW 디자인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최근 BMW가 각종 모터쇼에서 i3, i8 등 차세대 콘셉트카 등을 선보인 바 있는데, BMW의 최근 디자인에 대한 감상평을 듣고 싶다.

▶ 언급했던 모델(i3, i8)은 내가 BMW에 있던 시절 추진된 디자인이었다. 특별히 그 모델 등에 대해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난 자동차 디자인에서 ‘개성(personality)’을 중시하는 사람이고, BMW i시리즈가 그런 개성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만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세계 자동차의 디자인 트랜드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생각하나? 최근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앞서 언급했듯 자동차의 콘셉트는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마도 멀지 않은 기간 내에 운전자가 인터넷으로 목적지 등을 찾아 제공하면 알아서 이동하는 모델도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자동차 디자인도 변모하게 된다. 디자이너, 학생들과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눌 때마다 우리는 계속 뭔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고 있다. 더 연구하고 싶은 의욕을 느낀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선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게 사실이다. 최근에 한 TV에서 요즘 (자동차 디자인) 풍경이 마치 70년대나 80년대처럼 지루하고 끔찍하다고 평가하는 걸 듣기도 했다.

-당신을 롤 모델로 생각하는 국내 디자이너가 많다. 그들에게 디자이너로서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

▶무척 기쁜 일이고,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경험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무용이나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예술적인 경험도 최대한 많이 해봐야 한다. 그리고 항상 스케치북을 지니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그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을 노트에 기록하는 거다.

-헤럴드 디자인포럼이 좀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해달라.

▶더 심층적으로 디자인의 이슈를 논의하는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자발적인 토론이 많았으면 좋겠고,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고 명확하게 디자인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좋겠다.

정리=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크리스뱅글 그는 누구인가?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크리스뱅글은 피터 슈라이어, 월터 드 실바 등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통한다. BMW 총괄 디자이너로 7시리즈를 디자인하면서 이전 BMW의 디자인 콘셉트를 변모시킨 인물이다.

미국 태생인 뱅글은 1992년부터 2009년까지 BMW 그룹에서 7시리즈뿐 아니라 다양한 모델 디자인에 참여했다. 뱅글은 단순한 직선미를 추구하던 BMW의 콘셉트를 곡선미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뱅글이 처음 7시리즈를 선보였을 당시, 너무나 낯설다는 평가와 함께 언론 등으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치켜올라 온 엉덩이를 연상시키는 뒷면 트렁크 라인이 ‘뱅글 버트’이라 불리며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BMW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명성을 떨치며 7시리즈가 점차 대외적인 호평을 받았고, 이에 따라 뱅글의 디자인도 자연스레 재평가됐다. 뱅글의 명성도 하늘로 치솟았다.

그 덕에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평가받았던 뱅글은 2009년 돌연 30년 가까이 몸담은 자동차업계를 떠나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디자인 컨설팅 업체 크리스뱅글 어소시이츠 SRL을 설립했다.

뱅글은 그 뒤로 삼성전자 등과 프리랜서 형식으로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고 협업을 진행해 국내에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삼성전자는 크리스뱅글과 함께 작업한 생활가전 제품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뱅글은 이번 헤럴드디자인포럼 프리미엄 세션 ‘디자인 스토밍’에 연사로 참석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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