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한민국을 깨우는 첫 번째 ‘발’ 아니겠습니까? 시민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신다는 사명감에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새벽 5시38분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에는 이동진(43) 기관사가 모는 이날의 첫 번째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섰다. 기자를 태운 이 기관사는 ‘서울의 첫 발’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사는 “첫차에 오르는 고객의 상당수가 청소, 경비, 일용직 등 이른 시간대 집을 나설 수밖에 없는 이른바 ‘사회적 약자’”라며 “이분들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아침을 준비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기관사는 특히 열차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방송하는 기관사’로 유명하다. 좋은 문구나 메시지, 혹은 일상생활을 하며 느낀 생각 등을 메모해 열차 내 승객에게 들려준 지 벌써 5년째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기관사로 전직한 지 얼마 안돼 자살하려고 선로에 뛰어든 청년을 친 일이 있었다”며 “이후 억매이며 살아가는 인생에 회의를 느끼게 됐으며, 지하철 승객에게도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 승객 중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응원해주는 분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관사의 업무는 쉬운 것이 아니다. 왕복 3시간의 긴 구간을 바깥 한 번 살펴보지 못하고 달려야 한다. 지하철을 운전하지만 새벽 첫차를 운전하기 위해 정작 자신은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출근해야 한다. 지하철 내 화장실이 없어 물마저 아껴 마시며 달리는 이들은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첫차 승객을 안전하게 모신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러한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이다. 기관실을 열어준 이 기관사는 “원래 기관실은 기관사만 탈 수 있는 곳”이라며 “운전과 관련된 장비가 많은 만큼 함부로 기계를 만져선 안된다”는 주의부터 먼저 줬다.
그는 “자동차 시속 60㎞와 열차 시속 60㎞는 속도만 같을 뿐, 사고 발생 시 그 피해 규모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기관사의 사명은 안전과 정시운행이라 이 말부터 먼저 건넸다”고 강조했다.
첫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해 이 기관사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 몸이 매우 피곤하고, 술이나 음식도 조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