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운동선수들의 ‘합숙 시스템’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 됐다.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가 2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학생 운동선수 권리보호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한태룡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발표문을 통해 “운동만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학교 운동부를 고립된 섬처럼 위치시켜 학교 운동부 문화가 마치 그들에게 유일한 진리로서 받아들이게 만든다”며 “스포츠 사회학에서 언급하고 있는 벙커멘탈리티인데 합숙은 ‘벙커’를 더욱 강화하는 촉매제로 평가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 연구원은 발표문에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화된 이들이 사회전반의 의식흐름과 전혀 관계 없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비인기 종목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운동종목이라면 이 또한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발생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일반 국민의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일탈행동이지만 선수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승부조작을 위해) 공모가 필요한 경우 서로간의 연대도 이루어질 수 있는데 학생 선수 개인이 이런 연대의 구조와 연대의식이 형성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현재는 초ㆍ중학교 운동부 합숙이 금지되고 있으나 2006년까지는 초ㆍ중ㆍ고등학교 운동부 합숙이 허용됐으며, 한 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전국에 868개의 합숙소가 존재할 정도로 일반화 돼있었다.
그는 “합숙소라는 공간은 동일한 장소, 내용, 방법, 지도자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런 가운데 사회전반의 문화적 추세를 받아들이며 정상적 자아정체성을 갖고 성장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개인은 운동부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라며 “프로축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합숙을 통해 그 자리에 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오랜 동안 잠재되어 왔던 문제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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