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데뷔 10년차, 탈(脫) JYP를 선언했다. “난 너희들의 타이틀곡을 쓰지 않을 거다. 너희들이 써서 가져오렴.” 박진영의 ‘선전포고’였다고 한다. 그게 지난해 8월의 일이다. “저희도 놀랐어요.”(선미)

멤버들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팀을 이뤄 곡을 작업했다. 사실 보컬(예은 선미)의 비중이 높은 멤버와 랩(유빈 혜림)의 비중이 높은 멤버가 한 명씩 짝을 이뤘다. 선미X혜림, 예은X유빈 조합이 태어났다. 5일 발매한 새 싱글의 타이틀곡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는 선미와 혜림, 작곡가 홍지상이 공동 작곡하고 유빈과 선미, 혜림이 작사했다. “부담을 가지고 작업했어요. 타이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요. 뭐라도 됐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웃음)”(선미)

레게 팝이 원더걸스가 지켜온 복고풍 감성과 만났다. 이번에도 밴드였다. 5일 자정 음원이 공개되자 차트는 원더걸스가 ‘독식’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은 물론 지니, 벅스, 엠넷닷컴 등 8개 차트에서 1위에 올라있다. 박진영은 인스타그램에 “내가 만든 곡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이 만든 곡을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오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가르쳤는데 또 막상 그런 날이 오니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살짝 섭섭한 느낌. 탈박 축하! 자랑스러워~♡”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원더걸스로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 2007년 데뷔, 소녀시대와 함께 언니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선미는 어느덧 스물여섯 숙녀가 됐다. 열 살 이상 차이나는 동생들과의 경쟁이 시작됐다.

“트와이스 쯔위가 99년생이더라고요. 저랑 열 살 차이가 나요. 예전에 제가 (이)효리 언니를 보던 느낌을 이 친구들도 갖겠구나 싶었어요.”(예은)

10년간 원더걸스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멤버 교체가 잦았고, 미국 활동에 한창인 동안엔 새로운 걸그룹들이 이내 자리를 잡았다. 그 시절 원더걸스는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생(生) 고생을 했다.

“그룹이 유지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각자가 원하는 것도 있고, 살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니까요.”(예은)

멤버 현아가 탈퇴하고 유빈이 합류했고, 선미가 탈퇴한 뒤 혜림이 합류했다. 선예의 결혼, 팀 활동 중단, 소희의 배우 전업과 탈퇴, 선미의 재합류. 지금의 멤버(예은 유빈 선미 혜림)로 재정비된 건 불과 지난해 3월이다.

“각자의 길을 선택한 거죠.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마다 각자 인생의 타이밍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선예는 결혼에, 소희는 연기에 갈증이 있었어요. 해체를 선언하는 그룹들도 있지만, 그룹이라는 건 언제든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 모일 수도 있어요.”(예은)

지난해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하며 댄스가 중심이 됐던 원더걸스는 ‘걸밴드’를 선언했다. 밴드 활동 첫 해엔 디스코를 기반해 전자악기를 많이 사용했다. 이번 앨범에선 특히 레드 제플린, 애니멀스 등의 밴드 음악을 즐겨들었고, 1970~80년대 한국 사운드그룹의 곡을 떠올리며 원더걸스의 색깔(아름다운 그대에게)을 입혔다. 연주도 염두한 작업이었다. 드럼도 베이스도 ‘리얼 사운드’라고 한다. 하루에 세 시간씩 연습을 했다.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었다. “1, 2년 연습한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양심에 더 나은 실력을 갖고 싶으니까요.”(선미) 시작은 모험이었다. ‘짐짝’같은 악기라지만 이젠 삶의 일부가 됐다. 변화를 위해 굳이 힘든 길을 갔던 것은 네 사람의 음악적 욕심 때문이다. “악기를 배우며 자생력을 키우고 싶었고”, “원더걸스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이 거듭됐다.

“누구 하나 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룹이 유지되기 힘들었을 거예요. 각자 하고 싶은 음악이 다르더라도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원더걸스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예은)

지난 10년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누가 뭐라 하든 지난 10년을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버티고 있잖아요.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보냈죠. 활동을 못 할 수도, 또 각자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젠 상상이 잘 안돼요. 우리에게 원더걸스는 가족이고, 꿈이고, 삶이에요.”(원더걸스)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면 10년 전처럼 여전히 벅차고 설렌다. 2012년 이후 해본 적이 없다는 “콘서트 투어도 하고 싶은 마음”(유빈)이다.

“우리 넷이 여행이나 갈까? 많이 돌아다니긴 했는데 여행을 간 적은 없거든요.”(선미)

“예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우리 책 하나 내자고. 오래 남고 좋을 것 같아요.”(혜림)

“미국에 있을 때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공연의 오프닝을 한 적이 있어요. 몇 십주년 공연이었는데… 크지 않은 공연장에 와인 한 잔 올려놓은 테이블, 손녀들이 와서 앉아있더라고요. 우리도 그런 디너쇼를 해보고 싶어요.”(예은) 10년차 걸그룹은 여전히 아주 먼 미래를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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