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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키움운용, H2O펀드 사고 통보 지연…회장 차녀가 책임매니저
佛 금융당국 환매중단
8월 28일 통보받고도
판매사에 “문제 없다”
위험 더 커진 후 알려
고속승진 김진이 운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축소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펀드 책임매니저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차녀인 김진이 이사다. 김씨는 2010년 입사 후 초고속 승진으로 9년 만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됐다. 김 이사가 운용하는 이 펀드는 적극적인 홍보 등으로 단기간에 거액을 모으며 회사의 간판 펀드가 됐다.

▶환매 중단 통보받고도 1주일간 ‘쉬쉬’=키움운용이 H2O운용의 환매 연기 사실을 처음 안 건 열흘 전인 지난 8월 28일이었다.

H2O운용은 현지시간 당시 “프랑스금융당국(AMF)의 요구에 따라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보유한 영국 소재 H2O운용의 펀드 일부에 대해 다른 포트폴리오와 분리하는 ‘사이드 포켓팅(Side-Pocketing)’을 권고받았다”고 알렸다.

이때 키움운용뿐 아니라 브이아이자산운용도 관련 사실을 함께 통지받았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투자자에게 환매 중단을 알린 브이아이운용과 달리 키움운용은 펀드를 그대로 운용키로 했다.

각 판매사에는 “펀드 내 H2O멀티본드·알레그로의 편입 비중은 8월 28일 기준 각각 16.4%, 10.1% 수준”이라며 “두 펀드 내 비유동성 사모채권 비중이 각각 7월 말 기준으로 5.5%. 6.5% 수준이었고 이를 고려했을 때 전체 비유동성 사모채권 익스포저는 1.56%에 불과하다”고 통보했다. 해당 사모채권이 액면가 대비 보수적으로 할인돼 있어 기준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덧붙였다. 쉽게 말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며 판매사들을 안심시킨 것이다.

▶위험 커지자 늑장 대응=그러나 1% 남짓이라는 비유동성 사모채권 익스포저는 불과 1주일 새 5배가 넘는 수치로 불어났다. H20운용이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일부 매각했으나 거래 상대방과 딜 성사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키움운용이 내놓은 비유동성 사모채권 익스포저는 6~8.8%로 급등했다. 8월 말 안내와 달리 멀티본드와 알레그로펀드 내 비유동성 사모채권 비중이 각각 20~30%, 25~35%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두 수치는 모두 H2O펀드의 판매 위탁을 맡은 프랑스 증권사 나티시스(NATIXIS)가 알린 얘기다. 나티시스는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계열로, H2O운용의 계열사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키움운용이 H2O펀드의 계열사인 나티시스증권 말만 듣고 사건을 안일하게 여긴 동안 환매 연기 대상 자산이 5배 가까이가 늘어난 셈이다.

▶업계 “사모펀드 환매로 난리인데…이해 안 간다”=업계에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이 같은 행보를 의아해하고 있다. 키움운용은 1% 안팎이 연기되더라도 ‘운용의 묘’를 살려 환매 연기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키움운용이 외부에 사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각종 펀드사고로 판매사들의 촉각이 곤두선 점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환매 중단 조치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상장 사모사채 이슈는 최근 펀드시장의 가장 큰 이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규모와 상관없이 편입 중인 펀드에서 이슈가 생기면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주일 사이에 환매 익스포저가 급등한 걸 누가 선뜻 이해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김익래 회장 차녀 운용…단기에 몸집 불려=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2018년 10월 설정 이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 판매 채널을 모두 뚫으며 불과 7개월 만에 1000억원을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설정 1년이 조금 지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3877억원까지 설정액이 불어나며 키움운용 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펀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운용역인 김진이 팀장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차녀다. 1982년생으로,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대에서 조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2월 키움증권에 입사해 주식운용팀에서 근무하다 2014년 키움그룹이 우리자산운용을 사들여 키움운용으로 만들자 회사를 옮겼다. 2016년 채권운용본부 글로벌채권팀으로 옮겼고 2018년 이사대우, 2019년 이사로 승진한다.

주식 운용 경력이 7년이지만, 채권 운용 경력은 불과 3년도 안 된 시점에 회사 간판 펀드를 맡았다. 특히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헤지펀드·부동산·원자재·통화 등 다양한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하부 펀드로 여러 개 펀드를 담고 증시 상황에서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 운용보고서를 보면 김 이사는 올해 4월 기준 21개 펀드, 6493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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