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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그 남자’, 악쇼노프는 누구인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많은 인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 진영에선 ‘오렌지 공주’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와 39세의 젊은 정치인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 등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러시아군이 점거한 크림반도 지역에선 세르게이 악쇼노프(41) 크림 공화국 총리가 어느새 분리ㆍ독립ㆍ귀속 움직임의 전면에 나서면서 여러 외신에서 그의 이름을 자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껏 잘 알려진 바가 없어 푸틴의 ‘그 남자’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크림 공화국 러시아 귀속 찬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를 주도하고 있는 세르게이 악쇼노프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악쇼노프는 지난달 27일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에 의해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친러성향인 러시아 단합당 소속 의원으로 수도 키예프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1월부터 크림반도 지역에서 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우크라이나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물결로부터 친러성향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러시아 단합당 소속 청년 700명으로 대대를 구성했고 이후 수백 명이 몰려들어 ‘크림자위여단’으로 발전했다. 그의 병력은 전부대를 차량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지난달 21일 시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그는 수천 명의 군에 치안확보를 명령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친서방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친러세력이 필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일 그를 크림반도의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했다.

총리로 선출된 과정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지난달 27일 총기와 로켓발사기 등으로 무장한 20여 명의 병력이 크림 자치구 의회 건물과 지방정부청사를 순식간에 점거했다. 몇 시간 뒤 악쇼노프는 의회로 유유히 걸어들어가 즉각 의원들을 소집했고 이 자리에서 총리로 취임했다.

이 날 재빠르게 주요 건물들을 점거한 이들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악쇼노프 역시 “러시아군이라는 것 밖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타임지는 이 미스테리한 무장 병력을 두고 악쇼노프의 명령에 움직이는 직할부대인 ‘크림자위여단’으로 추정했다.

그는 친러파이긴 하나 사실 러시아에서는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었다. 타임은 악쇼노프가 뼛속깊은 러시아 분리주의ㆍ애국주의자이며 그의 가족이 붉은 군대 장교였던 것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 후반, 옛 소련 위성국가들의 독립 움직임이 거세지던 당시, 아버지 발레리 악쇼노프는 붉은 군대 장교로 몰도바에서 근무했다. 세르게이는 아버지를 따라와 이곳에서 소수인종으로서의 삶을 살았으며 지위도 불안했다. 그의 아버지는 북 몰도바 러시아 커뮤니티의 대표를 맡으면서 러시아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90년 들어 긴장상태는 전쟁으로 번졌고 2년 뒤 몰도바는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분리되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1989년 전쟁이 발발하자 17세의 악쇼노프는 고향인 크림반도로 돌아왔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장교가 되길 원해 소련군사기술대학에 등록하려 했으나 소련이 붕괴됐다. 그는 “지금이 당시에 벌어졌던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악쇼노프는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1990년대엔 살렘이란 마피아와 연관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그는 타임에 이같은 사실에 대해 일축했다. 최근까지 그는 담배 무역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동우산 공장을 운영했고 이 지역에서 운영되는 두 개의 공장에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하나는 크림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의 자동차 부품 공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몰아치던 해 크림 러시아 커뮤니티란 정치조직에 몸담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엔 러시아 단합당을 조직, 크림 자치공화국 지방선거에서 4%의 득표율을 기록해 100개의 의석 중 3개를 차지했다.

크림 공화국 정권을 장악한 그는 러시아와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으며 16일 주민 찬반투표를 하기 전 1500명 규모의 자체 군대를 창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민투표를 통해 귀속이 확정되면 크림 반도의 육군과 해군은 러시아군 아래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림 의회는 군대 창설권과 군 최고통수권을 총리에게 부여한 상태다.

그는 미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미국이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나?”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이 독립이고 크림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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