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우주의 무기화 시대

우주를 군사작전의 지원 공간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우주의 군사화’라고 일컫는다. 이와 달리 우주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적용하는 경우는 ‘우주의 무기화’ 현상으로 구별된다.

오늘날은 ‘우주의 무기화’ 현상이 트렌드가 되는 것 같다. 금년 2월 미국 백악관과 하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의 우주 기반 대위성 공격 무기 존재를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5월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우주 무기가 위성 궤도에 배치되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모두 ‘우주의 무기화’ 트렌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전략가들은 위성이 근본적으로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주는 본질적으로 방어보다 공격에 적합한 영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주에서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들은 운동성 물리적 공격, 비운동성 물리적 공격, 전자적 공격에 적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운동성 물리적 공격 기술로는 지상 발사체로 위성을 파괴하는 직격 대위성 무기가 대표적인데, 2020년 미국 우주군은 러시아의 대위성 요격 실험을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표적 위성과 동일한 궤도로 진입하여 위성을 포획하거나 마비시키는 동궤도 위성 무기도 운동적 물리적 공격 기술에 포함된다.

한편 비운동성 물리적 공격 기술은 레이저, 전자기파, 핵 방사선 무기들로 구현된다. 그리고 전자적 공격 기술은 위성의 송수신 신호를 재밍하거나 해킹 또는 기만 효과를 의도하며 사이버 공격과 병행되기도 하는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북한도 이 능력을 보유한다고 본다.

이처럼 위성 공격 기술은 다양하게 발전해왔는데, 동시에 간과하지 말 것은 위성을 방어하는 기술 역시 상당하다는 것이다. 위성 방어 기술 중 수동적 방어는 위성 공격 효과를 최소화시키는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만약 우주에서의 임무를 단일 위성에 집약시키지 않고 동일 궤도의 여러 유사 위성들에게 부여한다면, 위성 한두 개의 피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위성의 파손시 대체 위성이 신속하게 발사되고 위성의 기동, 스텔스, 기만 회피 기술까지 적용된다면 위성 공격 효과는 더욱 감소될 것이다. 또한 위성에 대한 위협을 사전에 탐지하는 우주감시 기술과 항재밍 및 해킹 대응 보안 기술 역시 위성 공격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이렇듯 위성의 수동적 방어에 적용되는 기술들은 다양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능동적 방어에서는 위성 공격 기술을 방어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위성 공격에도 활용되는 대위성 직격, 동궤도 위성, 재밍, 레이저, 해킹, 사이버 공격 무기들을 우주에 배치하여, 공격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위성이나 발사체를 방어 목적으로 무력화시킨다.

오늘날 우주의 무기화 시대는 위성 공격 기술뿐 아니라 방어 기술들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 공간이 공격 또는 방어 어느 한쪽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은 우주 무기 기술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국방 우주 기술 발전을 위한 방향 선택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우주의 무기화 트렌드는 공격과 방어 기술의 균형적 투자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