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대만해협의 ‘워 게임’과 방위산업

최근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쟁 상황을 모의한 ‘워 게임’(War Game·전쟁을 시뮬레이션한 훈련)들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발생하려면 최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조건은 중국의 무력 침공이다. 다만 이 조건 충족이 간단하지는 않다.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에 의하면, 대만의 분리 독립 선언 또는 대만 내 외국군 배치 등의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가 중국의 무력 사용 여건이다.

물론 이런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중국의 경제 상황이나 군사력 준비 상태에 따라 대만 침공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7년까지 중국군의 대만 침공 준비를 끝내라고 했다는데, 이것은 역설적으로 그 이전까지는 군사력이 준비되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두 번째 조건은 중국 침공시 대만의 지속적인 저항이다. 그래야만 미국의 군사개입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2022년 2월 러-우 전쟁 발발 당시에 여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조기 항복을 예상했던 것처럼, 대만이 중국에게 얼마나 저항할 것인지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세 번째 조건은 미국의 군사개입 결정이다. 그런데 이 결정에도 다른 지역에서의 분쟁이나 미국 동맹국들의 협력적 태도 여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대만사태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발발하려면 까다로운 조건들이 성립되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미·중 전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주요 씽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신미국안보센터, 브루킹스, 랜드 연구소 등을 필두로 미·중 워 게임 결과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신미국안보센터와 브루킹스의 워게임에서는 중국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미국 항공기 200여대와 함께 미국 수상함이 최대 80척까지 상실된다고 한다. 랜드 연구소의 워게임은 미국과 중국의 상호 대위성 공격으로 인해 미국의 저궤도 위성들이 부분적 또는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워게임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 발발 3주일 만에 중장거리 정밀타격 유도 미사일 5000발을 소모해 버린다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런 워 게임들이 내포하는 공통점 중의 하나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무기를 잃게 될 것이므로, 그만큼 무기 생산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방위산업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사상 최초로 발간한 국가방위산업전략서를 통해 무기 생산 능력의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씽크탱크들도 미·중 전쟁 워 게임을 통해 미국 여론에 대해 무기 생산 필요성을 환기시키려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국가방위산업전략서의 무기 생산 능력 개선 방안은 미국 내 방위산업 생태계 강화 뿐 아니라, 동맹국 방위산업의 통합도 포함한다.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실제 전쟁 발발 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임에도 워 게임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 방위산업의 계열화 가능성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이는 우리나라 방산업계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 우리나라 방위산업도 국제 방위산업 계열화로 인한 도전과 기회를 숙고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