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유차 리콜계획서가 세 번째 반려되면서 소비자들은 문제 차량의 리콜을 언제 받을지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을 인정하고, 관련 개선책이 담긴 리콜계획서를 제출해야 최종 리콜 승인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폭스바겐 측은 환경부의 요구를 세 번이나 무시하며 소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현행 리콜 관련 규정 상으로 1차 때에만 45일 이내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로는 폭스바겐 측이 임의설정을 시인한 계획서를 언제 제출할지 알 수 없고, 마냥 시간을 끌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배짱’으로 나오는 폭스바겐에 환경부가 ‘규정 탓’만 하고 있는 사이 애꿎은 소비자들만 속이 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일 환경부가 리콜계획서를 세 번째 반려한 것은 리콜 불승인으로 간주돼 폭스바겐 측은 리콜 명령에 따른 준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기환경보전법 상 ▷결함시정(리콜)대상 자동차의 판매명세서 ▷결함발생원인 명세서 ▷결함발생자동차의 범위결정명세서 ▷결함개선대책 및 결함개선계획서 ▷결함시정에 드는 비용예측서 ▷결함시정대상 자동차 소유자에 대한 결함시정내용의 통지계획서 등 6가지를 폭스바겐 측이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 중 결함발생원인 명세서와 결함개선대책 및 결함개선계획서가 리콜계획서에 담길 핵심 내용이란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금껏 이들 내용을 보완하지 않았던 폭스바겐 측이 쉽사리 입장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리콜 관련 규정 상 시간을 끌어도 강제할 수 없고, 임의조작 차량에 대한 환불 조치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배짱’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임의조작 차량 과징금을 종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고, 사법 조치 규정을 신설하는 등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정작 리콜계획서 제출 기한, 환불 조치 등에 대한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2, 3차 리콜계획서 제출 시 기한을 정하거나 환불을 해 줘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을 논의한 적은 없다”며 “현재는 리콜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고, 최종 승인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폭스바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소비자 40여명은 지난 9일 환경부에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환불 명령을 내려달라는 청원서를 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가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서를 무한정 기다리기보다 즉시 환불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현행법상 환불 조치 규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