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매각ㆍ합병에 증권사 직원들 “나 떨고 있니?”
구조조정 1순위…애널 1000명 시대 끝?
[헤럴드경제=박영훈ㆍ이한빛 기자]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증시 불황에 잇단 매각, 합병 등 증권가 ‘새판짜기’가 가속화되면서, ‘증권맨’들 사이에는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잇단 매각ㆍ합병에 증권사 직원들 “나 떨고 있니?”=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피(박스+코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증권사마다 잇단 대규모 감원으로 지난 3년간 6000여명의 ‘증권맨’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인수,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에 이어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에 하이투자증권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증권가는 다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였다.
합병된 모 증권사의 경우 3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피인수기업 또는 피인수가 예상되는 증권사 직업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고, 일부는 노조를 중심으로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다.
매각이 발표된 이후 하이투자증권 직원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회사 매각에 따라 영업환경이 많이 바뀌면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 같다”며 “직원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완전고용을 위한 노사공동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최근 KB금융에 인수된 현대증권 직원들은 본사 앞에 고용안정을 주장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회사측 방침에도 불구하고, 피인수된 미래에셋대우 직원들 역시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증권가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여의도의 ‘증권맨’수는 갈수록 크게 줄고 있다.
1년사이 국내 64개 증권사의 정규직원 수가 2만8401명에서 2만7274명으로 1127명이나 줄었다.
▶짐싸는 ‘증권가 꽃’ 애널리스트…1000명시대 막 내리나=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연구원)들은 직접 수익을 내는 인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조조정 1순위가 되고 있다.
한때 선망의 직업이였던 증권맨의 연봉이나 안정성 등 고용 조건도 예전같지 않다.
무엇보다 증권사간 인수합병(M&A)따른 업무 효율성으로 인력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간 잇단 합병과 매각을 앞두고 증권가에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증권사간 합병과 매각이 마무리되면 증권맨들의 이동과 이탈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많아지면서, 중복분야 조정에 따라 이들의 입지도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2011년 1455명에서 6월현재 1072명으로 5년만에 26.32%가 줄었다.
연구원 1000명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인력 감축의 칼날은 연구원에게 더 가혹하다.
주요 20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2011년 868명에서 2015년 592명으로 32.07% 줄었다.
같은기간 증권사 임직원수는 2만9209명에서 2만4413명으로 16.42% 감소해 2배 더 큰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이 예정돼 있는데다 하이투자증권도 매물로 나와 있어, 연구원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으로 출범한 NH투자증권의 경우 2011명 94명이던 애널리스트 수가 현재는 73명까지 줄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력조정이 있었다기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 분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분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회사의 의지가 없다고 보긴 힘들다”며 “애널리스트들은 다 계약직 신분으로, 구조 조정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짐 싼다고 보는 것이 어쩌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사라진 애널들은 어디로?= 증권사를 나간 연구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헤럴드경제가 금융투자업계에 등록된 인원 중 올해 5월에 떠난 20명의 이력 여부를 확인한 결과 1명만이 증권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이동했고 나머지 19명은 아예 업계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한 리서치센터장은 “경험적으로 볼 때 그만 두는 10명이 있다면 그 중 5명 가량은 업계를 떠난다고 봐도 된다”며 “상당 수는 개인 매매로 돌아서기도 한다”고 밝혔다.
40대 한 연구원은 “퇴사한 선후배들은 직투(개인 매매), 이직, 창업으로 빠진다”며 “경력과 전혀 상관없이 음식점을 차리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남은 소수의 행보는 엇갈린다.
젊은 층은 자산운용사로, 10년이상 경력자는 기업 IR(기업설명)이나 연구소로 이동한다.
다른 리서치센터장은 “젊은 일부 연구원은 바이사이드(기관투자가) 측면에서 운용 노하우를 배워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경력 5~6년까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나 급여 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이직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경력이 있는 인원들은 안정성을 찾아 기업 IR 담당이나 은행ㆍ보험사의 연구소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기업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vick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