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수료 정상화 과정 vs. 소비자에게 손쉽게 부담 전가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며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잇따라 수수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해외 은행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 밝히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수수료를 인상키로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10만원 초과 타행송금 수수료를 인상했다.
10만원 이하 타행송금 수수료는 기존과 같은 500원이지만 ▷10만~100만원 1500원→2000원 ▷100만~500만원 2500원→3500원 ▷500만원 초과 2500원→4000원 등 500~1500원 인상한다.
통장/증서 재발급과 제증명 수수료도 각각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리고 주식납입금보관증명서 발급수수료는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명의변경수수료도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한다.
KB국민은행이 수수료를 인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은 측은 “물가인상과 다양한 서비스 제공 등으로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선제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한 바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자동화기기 이체 수수료를 인상했고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 통합과정에서 적용한 우대 이체수수료도 통합 이전으로 돌렸다.
또 신한은행은 4월부터 외화송금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일부 구간의 수수료를 인상했고 2월에는 자동화기기를 통한 타은행송금 수수료를 200원 인상했다.
이같은 은행 수수료의 잇따른 인상에 대해 은행들은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어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다. 비(非)이자수익인 수수료를 올리는 편이 낫다. 때문에 비용의 ‘현실화’라는 논리를 앞세워 수수료 인상을 위한 바람잡기에 나선 것이다.
또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도 수수료 인상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의 ‘외국 주요은행의 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한국의 대고객수수료는 선진국 은행의 최고 80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별로 전반적인 소득 및 물가수준, 수수료 체계와 금융이용 관행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져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타행으로 송금할 경우 한국은 500~3000원을 부과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6200~8200원(648~864엔)을 받는다. 미국은 3만 9000원(35달러), 영국은 4만 3000원(25파운드)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인상 움직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들이 원가 미만으로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 개념이 모호하다”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s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