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씨엔블루 정용화는 “선우정아의 ‘뱁새’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中)고 했다. 두 사람의 협업이 이뤄졌다. 올 1월 ‘교감’ 프로젝트를 진행, ‘입김(Hello)’과 ‘불꽃놀이’라는 곡을 발매했다. 정용화의 러브콜이었다.
선우정아는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장르분야 최우수 팝 음반상과 올해의 음악인상을 석권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2NE1의 ‘아파’, GD&TOP의 ‘집에 가지마’, 이하이의 ‘짝사랑’을 작곡, 메이저 기획사를 넘나들며 교류하는 대표적인 홍대 뮤지션이다. 선우정아는 최근 김준수와도 협업, ‘...이즈 유(is you)’라는 곡을 내놨다.
김준수의 홍대 인디씬과의 협업은 선우정아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엔 홍대의 감성여제로 불리는 파스텔 뮤직 소속의 루시아가 만든 ‘꼭 어제’라는 곡을 불렀다. 싱어송라이터 심규선(Lucia)는 “다른 가수에게 곡을 준 건 김준수가 처음”이라고 했다.
메이저 기획사의 아이돌과 인디 뮤지션의 협업이 늘고 있다. 공고히 구축된 대형기획사의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가수들이 이들과의 협업으로 음악적 다양성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아이돌 스타들과 자기 세계를 다진 홍대 뮤지션들의 만남은 지난 몇 해 사이 부쩍 늘었다. 초기 협업의 형태는 단순한 그림이었다. 홍대를 기반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이 메이저 기획사 가수들의 음반에 피처링의 형식의 참여였다. 이제는 단순 참여의 차원을 넘어 작사 작곡은 물론 듀엣까지 확장하며 보다 깊숙히 들어왔다. 지난 2014년 언더와 오버의 이상적인 조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 인디 아티스트의 대중화를 주도하겠다는 취지로 ‘리코드(re;code)’ 프로젝트가 나왔다. 취지 그대로 실력있는 인디 아티스트(긱스, 루시아, 데이브레이크, 십센치, 투엘슨)들이 이름을 알린 계기였다.
올 들어 이들간의 협업은 더 공고해졌다. 홍대의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이 수면 위로 속속 올라오며 스타성을 갖춘 아이돌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실력파 홍대 아티스트에게도 메이저 기획사 소속의 대형스타들과의 협업은 이들의 음악성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로에겐 ‘윈윈 전략’인 셈이다.
김준수가 지난해 심규선(Lucia)에 이어 최근 새 앨범을 통해 선우정아와 협업한 이유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도전”이었다.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데모를 듣다 워낙 곡이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수의 경우 “데모를 들을 때 종종 작곡가의 이름을 가리고 누가 만든 곡인지 모르게 블라인드로 듣는다”고 한다. 소속사 측은 “선우정아, 루시아 씨의 곡이어서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좋은 곡이라 골라보니 선우정아와 루시아 씨의 곡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형 가수이다 보니, 노래를 고를 때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염두하고 앨범 수록곡을 선정한다”며 “기존의 스타일도 좋지만 항상 이전 앨범에 안주하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열려있고, 자신이 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동경도 있어 힙합 아티스트나 래퍼와의 협업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곡 작업을 진행한 ‘홍대 여신’ 루시아는 김준수와의 협업에 대해 “양쪽의 필드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는데, 서로의 강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인디 뮤지션에게 곡을 받는 것은 인디씬의 새롭고 자연스러운 느낌, 진정성이 담긴 곡이라는 점을 높이 산 것 같다”며 “메이저씬의 훅이 있는 대중가요처럼 처음 들어도 귀에 들어오는 매력 대신 오래 들어야 좋은 들꽃같은 매력을 좋게 보는 것 같다”고 양측의 협업 이유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K-팝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1위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역시 최근 홍대 뮤지션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윤아는 십센치 권정열과 ‘덕수궁 돌담길의 봄’을 발표했고, 슈퍼주니어 예성은 치즈의 달총과 ‘벚꽃잎’을 불렀다. 최근엔 SM스테이션을 통해 프로그레시브 메탈밴드 인레이어의 반주음악을 공개하기도 했다. 샤이니 종현은 소란의 고영배와 ‘가을이긴 한가봐’를 내놨다.
SM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음악회사이기 때문에 모든 음악에 열려있다. 비단 최근이 아니라 이전에도 모든 아티스트 프로듀서 작곡가와 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해왔다”며 “SM스테이션이라는 채널이 올해 생긴 이후 그 협업이 도드라져보이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계적인 시스템과 프로듀싱 노하우 안에서 창조적인 작업을 꾸준히 시도하고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메이저 기획사와 홍대 인디씬의 협업이 음악적 다양성과 저변의 확대, 아티스트 개인의 성숙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은 어찌 보면 제도화된 교육을 받고 정형화된 음악을 했던 친구들이다. 음악을 하다 보니 획일적인 것에 물리고 지치는 시점이 왔을 것이고 길들여진 체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니즈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아직 창의적인 색채가 남아있는 홍대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이들이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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